지난해 11월, 재활병원 종별 신설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무산됐다.
그 후 두 달여가 지났다. 그사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재활병원 종별 신설과 함께 개설권을 한의사에게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법안심사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돌아갈 것 같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한재활의학회와 의사회는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재활병원 한의사 개설은 절대 안된다고 했다. 한의사 개설권을 넣으려면 차라리 '재활병원'에 대한 큰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고까지 했다.
재활의학회 조강희 이사장(충남대병원)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의학을 터부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한의사도 재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의학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재활의 개념이 명백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재활의학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했던 재활병원 종별 신설 법안에서 말하는 재활병원은 아급성기 환자의 전문적 재활을 담당하는 병원을 말한다.
대형병원은 입원기간을 단축하려 하고,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장기재활치료가 필요한 아급성기 환자가 갈 곳이 없다는 데서 나온 법안이다.
조 이사장은 실제 환자 사례를 들어서 한의학과 의학에서 재활 치료의 다름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목뼈 4번 골절로 전신마비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우리 병원에 왔다"며 "의료진의 1차 목표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비강 식사를 그만하는 것이다. 2~3개월 안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퇴원케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재활전문 한방병원이 있지만 이런 환자를 한방병원에서 케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활의학회에 따르면 한의학은 요양과 만성기 증상 위주 학문이며 근거의학적 관점에서 아급성기 환자의 한의학적 치료개념에 대한 근거 자료가 없다.
재활의학과의사회는 한의사 재활병원 개설권 법안에 대해 "한의사 개설권을 허용하고 재활의학과 치료팀을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사무장병원의 합법화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재활의학과의사회 민성기 회장은 재활병원 종별신설 법안 당시 대한한의사협회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상황에서 갑자기 한의사 개설권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민 회장은 "한의협은 맨처음 양승조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중복 과잉공급을 초래해 의료의 질 저하가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며 "불과 두 달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재활병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재활병원 종별 신설 문제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재활병원 종별 신설 법안만 발의된 상황이지 통과 이후 전국민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재활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다"며 "용어 자체도 혼돈스러운데 한의사 개설권까지 붙으면 제도가 가야 할 길을 처음부터 읽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활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간다고 재활난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수십년 이어질 법이라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근거를 갖고 제대로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