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약국 간판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붉은 십자가'. 대한적십자가 그들만의 '표장(Emblem)'을 지키기 위해 일선 요양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에 적십자 표장 오남용 시정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병의원 간판과 홈페이지 등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한다면 삭제하거나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십자 표장은 붉은 십자가 모양으로 제네바협약과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의무대, 시설, 요원, 물자를 표시하고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다. 평시에는 각국 적십자사의 인도적 활동을 표시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되도록 국내외 법률로 규정돼 있다.
현행 적십자사조직법에 따르면 군 의료기관이나 적십자사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않고 적십자 표장 및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상표법에 의거해 침해죄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적십자사는 적십자 표장의 잘못된 사용의 사례로 ▲간판이나 제품, 응급처치 상품, 의약품 등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색상과 형태가 적십자 표장과 비슷해 혼동되는 경우 ▲디자인 등에 적십자를 더하기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적십자 표장 안에 다른 도안을 넣는 경우 ▲적십자를 변형된 타입으로 사용하는 경우 ▲적십자나 유사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적십자사는 적십자 표장의 가장 많은 오남용은 건강, 의료, 약학, 응급처치 상품, 서비스 분야에서 나타난다고 파악하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사실 협조 공문은 수년간 해왔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아 지난해 대대적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전국에서 158건의 오남용 사례가 신고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국적으로 실태 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신고가 들어온 것보다 훨씬 더 (오남용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법적인 처벌은 정부나 사법기관이 할 수 있다. 보호받고 있는 표장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권고하는 차원에서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는 병의원 간판이나 홈페이지 등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면 표장 삭제 또는 변경, 적십자 표장과 혼동을 주는 유사 형태와 색상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적십자 표장 대신 사용할만한 대안 표장까지 제안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표장 및 명칭의 잘못된 사용은 일반인에 혼란을 안겨주며 표장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며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엄성을 존중하는 적십자표장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