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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뜨거운 감자, 비급여…"도덕적 관점 해법 아냐"

박양명
발행날짜: 2017-01-25 05:00:59

실손보험 국민 부담 경감 토론회…의료계 "비급여 개념부터 세분화해야"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는 '비급여'로 귀결된다. 비급여는 관리가 필요하고 공보험과 사보험이 서로 비급여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목소리다.

의료계는 비급여가 팽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도덕적 해이'에만 집중하는 시각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석·김승희 의원은 공동으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 국민 부담 경감'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실손의료보험은 공급자인 의료기관, 수요자인 환자, 보험자인 보험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의 대표적 문제로 지목받고 있는 '비급여' 관리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중론.

동아대 경제학과 김대환 교수는 비급여가 건강보험에서도 민간보험에서도 근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방대한 비급여 영역을 의료시장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누군가는 적극 관리해야 한다. 그 주체가 정부가 해야 할지 보험회사와 의료계가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를 누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어차피 필요하다"며 "관리를 위해서는 코드화 및 코드 통일을 한 뒤에 정부, 보험회사, 의료계 모두 같은 코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 주도로 하고 있는 비급여진료비 조사 및 공개 정책을 비판하며 행위별수가제도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를 공지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환자가 어딨겠나"라고 반문하며 "코드화는 너무 당연하지만 비급여 진료비 조사 및 공개는 핑계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현재 행위별수가체계 중심의 수가체계에서 포괄수가제로 점차 확대하는 것도 비급여 관리 방안"이라며 "그런데 정부가 수가제를 바꾸려고 하면 의료계는 환자 생명을 담보로 파업할 것이고 복지부는 또 한 발 물러서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시장업무본부장도 "비급여 영역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미비함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는 비급여 진료비 적정성 확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 견제 수단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시 환자가 낸 진료비영수증에 따라 면책, 부책 여부만 심사하고 있어 비급여 진료의 적정성 관련 전문적 심사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를 전문적으로 심사,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심사기구와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진료를 받고, 비용을 직접 내야 하는 당사자인 환자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네 탓 공방은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이익 집단들은 자기주장과 네 탓 공방에만 매몰돼 있으므로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가 참여하는 총리실이나 청와대의 컨트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각 관계자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선 복지부는 진료비 세부내역서 및 비급여 코드를 표준화하고 비급여 현황 조사와 공개도 내실 있게 해야 한다.

금융위는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약관의 구조적 결함을 개선해야 하고 보험업계는 보험금 심사 직원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정비해야 하며 비급여 청구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의료계는 스스로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비급여가 악의 축? 보험사, 소비자에 피해 전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비급여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현재 보험사-환자의 2자 관계에서 보험사-공급자-환자의 3자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실손보험의 문제는 보험자에게 있다고 했다.

신 실장은 "보험사는 손실이 발생하면 보험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피해에 대한 직접적 패널티가 없다"며 "서비스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소비자 서비스 관리가 미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보험자-공급자 간 3자 관계로의 구조 개편 없이는 현재 대책이 장기적인 효과를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민간보험과 공보험이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도 보험사들이 상품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서 이사는 "OECD 국가 중 건강보험료율은 6.1% 정도로 선진국의 9~15%보다 한참 못 미친다. 반면 민간보험료 지출을 의미하는 보험침투율은 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며 "보험사의 손해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상품을 잘못 설계한 결과다. 민간보험 판매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급여에 대한 문제점이 마치 의료제도의 악의 축처럼 프레이밍 되고 있지만 비급여는 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의료행위"라며 "비급여 개념을 세분화하고 문제점을 논해야 한다"고 했다.

서 이사에 따르면 비급여라도 같은 비급여가 아니다. 급여기준 초과지만 별도로 산정하지 못해 만들어진 비급여는 급여기준을 개선해야 하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치료할 때 발생하는 비급여도 급여 영역으로 들어와야 하는 부분이다.

그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는 환자들이 먼저 해달라고 찾는 치료이기도 하고 일부 의료기관은 수익모델로 하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필수나 긴급이 아닌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급여"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를 도덕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재단해서는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왜곡될 뿐"이라고 일침 했다.

식상한 답변 내놓는 정부 "노력하겠다"

실손의료보험 관리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정부기관인 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식상한 답변을 내놨다.

금융위 보험과 안남기 사무관은 지난달 발표한 실손보험 대책을 반복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안 사무관은 "올해부터 실손의료보험 통계를 축적해나갈 계획"이라며 "각 보험사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공보험과 공유해서 비급여 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관리 부분은 복지부와도 계속 소통하면서 협의해 어느 정도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대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도 실손의료보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지적했다.

이 과장은 "2003년 실손보험이 처음 출발했을 때 복지부는 의료이용을 늘리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많이 했다"며 "비급여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고 시장을 넓혔어야 했는데 각 보험사는 무리한 경쟁을 하면서 시장 확대에만 주력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급여는 치료 범위나 비용에 대한 규제를 많이 받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급여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그 문제점이 이제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현실을 짚었다.

향후 급여 확대 계획도 제시했다.

이 과장은 "질환에 국한시키지 않고 고액의료비가 발생하는 것은 최대 2000만원까지 지급해줄 것"이라며 10만명 정도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운 계층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작년부터 비급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장성을 높여갈 수밖에 없는데 높이려면 비급여가 급여로 들어와야 한다. 무리한 진료량이 가격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