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경쟁사인 MSD(키트루다), BMS·오노약품공업(옵디보), 로슈(티쎈트릭)보다 개발 속도가 한참 늦은 상황임에도, 이레사와 타그리소로 쌓아온 폐암 시장내 입지가 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열린 아스트라제네카의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최고경영자인 파스칼 소리오트(Pascal Soriot)는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라이벌들과 한판 승부를 준비 중에 있다"면서 "막바지 단계인 더발루맙의 시장진입과 동시에 폐암약 시장에서 마케팅 전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시장 규모가 큰 폐암약 시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PD-L1 면역관문억제제 '더발루맙'은 지난 1월, 비소세포폐암 3상임상의 주요 데이터 분석이 늦어지면서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
이와 함께 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세계 최초의 EGFR T790M 변이 양성 전이성 비포세포폐암 치료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였지만, 유독 면역항암제 시장 진입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리오트 CEO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하면서 "일각에서는 더발루맙과 더발루맙의 콤보요법이 비소세포폐암 임상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나오지만, 이는 지극히 낮은 확률"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쌓아온 치료제의 입지와 의료진의 신뢰가 적잖은 힘이 될 것이란 얘기였다.
상반기 방광암 승인 기대…'병용전략은 옵디보 닮은꼴'
일단 더발루맙의 첫 승인은 방광암에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더발루맙은 작년 말께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종(방광암의 일종)에 허가신청서를 접수하며 신속승인 대상에 지정된 것.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2분기 내엔 방광암 적응증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방광암 시장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제외한 나머지 두 면역항암제가 모두 진입해 있다.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작년 5월 첫 깃발을 꼽았으며, 옵디보가 올해 2월초 적응증을 추가했다. 키트루다의 경우, 지난 주 전이성 방광암에 2차 옵션에 승인신청을 내며 신속심사 지정을 받았다.
여기서 더발루맙의 선택지는 BMS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를 따라가는 부분도 엿보인다.
BMS가 옵디보에 자사의 CTLA-4 단클론항체약물인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를 추가하는 병용요법으로도 영역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가 비슷한 콤보전략을 준비 중이기 때문.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더발루맙과 함께 여보이의 역할을 담당하는 '트레멜리무맙'을 개발하고 있어 향후 시장 진입시, 이 둘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소리오트 CEO는 "방광암과 폐암 치료 영역엔 겹치는 부분이 많다"면서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가 쌓아온 폐암약 시장에서의 강점은, 영업인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