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적기 치료를 놓고,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의 불응 및 실패 개념이 학계 이슈로 번지고 있다.
해당 개념에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표적항암제 소라페닙의 유효한 혜택까지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반복적인 TACE 시행에도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가 소라페닙으로 넘어가는데 있어, TACE의 불응 및 실패 정의는 주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2014년 간학회(JSH) 개정안에 TACE 불응 및 실패 기준을 제시했으며, 대만은 작년 11월 1일부터 소라페닙 급여 대상에 TACE 실패 환자를 추가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제 학술지인 종양학회지(Oncology) 2014년 9월6일자 온라인판엔, TACE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중간병기 간세포암(HCC) 환자에서 소라페닙으로 전환했을 때 임상적 혜택을 따져본 연구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일본 치바의학전문대학원 사다히사 오가사와라(Sadahisa Ogasawara) 교수팀이 진행한 해당 연구엔, TACE를 처음으로 시행한 중기 간세포암 환자 249명이 등록됐으며, 추적관찰 기간 122명이 TACE 치료에 불응성을 보였다.
이들을 소라페닙 전환 치료군(20명)과 TACE 지속 환자군(36명)으로 구분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소라페닙으로 전환한 환자군에선 중증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3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7명의 환자가 질환이 악화될 때까지 소라페닙 치료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혜택을 두고서다.
주요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에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갈렸는데, 소라페닙 전환군이 25.4개월로 TACE 지속군 11.5개월보다 길었던 것.
간기능장애가 나타나기까지 걸린시간도 소라페닙 전환군에서 혜택이 더 많았다. 소라페닙 전환군이 29.8개월로, TACE 지속군 17.0개월보다 지연됐다.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TACE를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TACE의 반복적인 사용은 명확한 치료 혜택없이 간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최근 소라페닙이 도입된 이후 새로운 치료의 컨셉이 잡히면서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TACE 불응성 또는 실패 확자의 정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간외전이 혹은 주혈관 침범을 보일때까지 TACE를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상황에서, 이에 불응하는 환자의 경우 소라페닙의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차기 대한간암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간암센터 소화기내과)를 만나, 간세포암의 적기 치료와 관련해 색전술 불응 및 실패 환자의 개념과 표적항암제로의 전환에 대한 학계 이슈를 자세히 물었다.
올해 간암의 날(2월2일)이 처음 제정됐다.
(박중원 교수)-통상 기념일 제정은 대국민 홍보를 주 목적으로 한다. 간암은 우리나라 남성에서 4번째, 여성엔 6번째로 흔한 암이며 일년에 1만6천여 명이 진단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오십 대 후반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는 대목이다. 사회 경제적 손실이 그 어떤 암보다 높다. 인지도가 높은 폐암이나 위암은 간암보다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 경제적 손실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2월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한 이유는, '두 가지 검사를 1년에 두 번 하자'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다.
이들 환자는 간암의 어느 단계에서 주로 진단받나?
-국내 데이터를 통계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국가암검진 자료와 간암 코호트 구축이 그것이다. 다만 국가암진단 자료에서는 병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간암 학회에서 따로 몇 개 기관을 지정해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코호트를 구축해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조기 진단 비율은 아직도 50% 미만에 그친다. 2000년부터 간암 코호트를 구축해온 개인적 경험에 비춰본다면, 국립암센터는 3차 및 4차기관의 역할을 하기에 국립암센터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게 질환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국립암센터 데이터를 살펴보면, 조기 진단을 받는 환자는 40% 미만으로, 바꿔 말해 암이 많이 진행된 환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진단이 늦어지는 가운데, 환자 병기에 따라 고려되는 치료전략은?
-일반적으로 초기, 중기, 그 다음 단계를 '진행성 암'이라고 지칭한다. 숫자로는 1, 2, 3, 4단계 다음이 말기다. 조기 진단은 1, 2기를, 중기는 3기 그리고 진행된 암이 4기인데, 진행성암에 해당하는 환자는 40% 수준이다.
2003년 우리나라 의료계의 첫 가이드라인 격인 '간세포암종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4년에 개정됐는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기에선 색전술이, 4기의 경우엔 3상임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된 표적치료제가 원칙이다.
이들 환자에서 색전술과 표적치료제를 고르는 선택기준이 따로 있나?
-국내에선 색전술 치료가 활발히 시행된다. 중소병원에도 널리 보급돼 있는데다 시행횟수와 방법과는 무관하게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전술의 시행 근거는 불분명한 측면도 있다.
4기 상태에서는 3상임상에 효과가 입증된 표적치료제가 대원칙이지만 색전술도 차선책으로 활용된다.
색전술의 시행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얘기는, 최근 아태국가 간세포성암 치료합의안에서 언급된 '색전술 불응 및 실패 환자 정의'와도 관련있나?
-아태국가 간세포성암 치료 합의안(EPOIHCC Consensus)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된 부분은 있지만, 전 세계적 합의라고 볼 수는 없다.
가이드라인에서 색전술 시행에 따른 기간 및 횟수와 관련해 제가 직접 진행한 연구가 있다. 여기서 TACE 시행 후 잔존암이나 재발에 대해 6개월 내 3회의 반복적인 색전술을 시행한 사람의 경우엔, 색전술을 시행하더라도 질환이 계속 진행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대만에선 소라페닙의 보험급여 규정이 개정되기도 했다.
대만은 소라페닙 사용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센 편인데, 대만 정부가 색전술 불응일 때를 차용한 이유는 색전술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도 엿보인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색전술 시행횟수에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색전술을 시행해도 계속 재발하는 환자에선 반복적 색전술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계속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에선 표적치료제로 치료법 전환을 고려해봐야 한다.
색전술 불응 환자에 색전술을 반복하는 경우와 표적치료제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임상적 혜택을 비교한 연구 결과는 어땠나.
-아직 4기 진행성암 환자에서 색전술과 소라페닙을 전향적으로 비교한 연구 결과는 없다. 일부 후향적 임상에선 4기 환자 가운데 색전술이 좋은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는 경우가 있어 간세포암종 가이드라인에 색전술이 4기 환자의 차선책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4기 전체 환자들의 소라페닙과 색전술 혜택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해당 환자의 경우, 표적항암제로의 전환에서 '적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간세포성암종 가이드라인에 소라페닙의 사용에 대한 부분이 있다. 'TACE 시행 후 잔존암이나 재발에 대해 반복적(6개월 내 3회)으로 TACE를 시행하였으나 암이 진행하여 병기 이동(stage migration)이 일어난 경우 TACE 실패 또는 무반응으로 간주되며 이 경우 소라페닙 치료를 고려한다'는 내용이다.
소라페닙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는 2차 치료제가 임상시험에 성공해 곧 선보일 예정이다.
색전술 불응 환자에서 표적항암제를 일찍부터 사용하는 것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색전술에 불응하면 소라페닙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색전술과 소라페닙을 함께 치료할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다.
색전술 불응 환자에게 두 치료를 병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곧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보험정책이 전무한게 문제다. 반대로 소라페닙을 쓰다가 효과를 고려해 다른 치료제와 병용할 경우도 소라페닙은 보험급여에서 제외된다.
또한 보험문제 때문에 소라페닙 용량 조절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해 저용량을 사용하다 용량을 올려나가는 게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 보험체계에서는 이러한 용량 조절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닌듯 하다.
-전 세계 학계 관심사항이기에,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간암학회(ILCA)에서도 색전술 불응과 표적항암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좌장 겸 발표자로 참여한다.
아직까지 무작위대조군연구(RCT)가 없어 명확한 답을 내놓기 어렵지만, 대한간암학회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올해 말, 제가 발표를 준비 중인 '소라페닙과 소라페닙+색전술'을 비교하는 연구가 첫 사례가 될 것이다.
340명의 해당 환자가 등록된 대규모 연구로, 1차 평가변수는 생존율과 질병진행까지의 시간 두 가지다. 아직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데이터를 보면, 복합요법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색전술 불응인 경우 소라페닙과 색전술 시행을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해당 연구는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