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특이성항체 신약으로 기대를 모은 에미시주맙이 개발 막바지 단계(3상임상)에서, 환자가 사망하며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환자 분포가 많은 혈우병 A형을 타깃한 로슈의 에미시주맙(emicizumab)은 EvaluatePharma 신약분석보고서에서도 2022년 기대매출 14억 달러로, 블록버스터급 평가를 받는 상황.
최근 해당 임상의 사망사례는 유럽혈우병컨소시엄(European Haemophilia Consortium)의 요청에 따라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환자가 사망하기 전 혈전성미세혈관병증(TMA)으로 심각한 직장 출혈 등 두 건의 중증 이상반응을 경험했다.
로슈는 "해당 사망 이슈가 에미시주맙의 투약과 관련된 부작용은 아니었다"고 정리했다. 사망의 원인으로 직장 출혈을 거론했지만, 에메시주맙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에미시주맙 및 라이벌 신약 줄줄이 난관…SK케미칼 '앱스틸라' 대안될까
문제가 된 해당 3상임상은 작년 하반기 혈액응고인자 8인자가 억제된 혈우병 A형 환자를 대상으로, 출혈시간을 줄이면서 주요평가변수를 충족시킨 바 있다.
참가자들은 우회제제(bypassing agent)를 예방 목적으로나 일화적 치료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관건은 중증 이상반응이었다. 3상임상에서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의 일부 사례가 보고됐고, 두 건의 혈전색전 이벤트가 나타났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출혈을 잡기 위해 활성화된 프로트롬빈 복합체(aPCC)를 반복적으로 투여하는 등 내성 항체를 우회해서 지혈을 유도하는 우회제제를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결핍된 응고인자를 혈우병 환자에 투여하면 일부에서는 응고인자를 파괴하는 항체를 생성해내는데, 투여한 응고인자가 파괴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중증 혈우병 A의 경우엔 이러한 항체 발생율이 3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에 우회제제를 사용할 때는 주로 제8 응고인자 9인자를 우회하여 지혈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치료 가이드라인에선 우회제제의 사용에 조심스런 의견을 보였다.
가능한한 활성화된 프로트롬빈 복합체(aPCC)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저용량 우회제제만이 허가를 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미시주맙의 라이벌 품목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NovoSeven)이나 샤이어의 페이바(Feiba)의 임상에서도 비슷한 이상반응이 보고된 것. 이들 역시 심각한 출혈을 막기 위해 혈전증 우려에도 불구 우회제제를 사용했지만, TMA가 보고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혈우병 신약 경쟁에선 국내 업체인 SK케미칼이 A형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내놓으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케미칼은 2009년 미국 CSL사와 앱스틸라의 임상 부터 생산, 허가신청까지 계약을 체결하며 작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캐나다, 올해 1월엔 유럽의약품청(EMA)에 시판허가를 거머쥐었다.
이번 안전성 이슈와 관련, 앱스틸라는 두 단백질을 하나의 사슬모양으로 결합시킨 구조를 통해 기존 혈우병약에서 우려가 된 안정성 문제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