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성 사구체신염 환자 김모 씨는 의료진이 약을 잘못쓴 결과라며 H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11년 전 의료기록이 필요하다는 것. 법으로 보장된 진료기록 보존기한은 10년이다.
법원은 의료기록 유무와 관계 없이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김 씨가 H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유지했다.
김 씨는 H대학병원에서 미만성 막성 사구체신염을 동반한 만성신염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은 시점은 2004년 11월.
의료진은 김 씨가 지속적으로 근육통이나 허리통증 등을 호소해 2006년 6월부터 2010년 9월까지 김 씨의 신장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하면서 잘토프로펜 성분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솔레톤을 처방했다.
하지만 김 씨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김 씨는 결국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때문에 막성사구체신염이 낫지 않는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부적절한 약물 처방으로 질병을 발병시켰거나 질병 발생이 확인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원인이 될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한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이 진료기록을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며 김 씨의 입증을 방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최초로 솔레톤 처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은 2006년 6월 26일인데 그 이전에도 솔레톤이나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료기록부 보존연한은 10년, 소송은 김 씨가 최초로 질환을 진료받은 시점으로부터 11년이 지난 후에 제기됐다"며 "H대학병원이 김 씨의 입원치료 당시 진료기록을 일부만 제출하고 있는 것이 김 씨의 입증을 방해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 역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처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약물로 인한 사구체 질환은 대부분 복약을 중단하면 질환이 해소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김 씨는 2010년 9월 이후로는 솔레톤을 처방받은 바 없음에도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 등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2008~2009년 무렵 지속적으로 근육통이나 허리통증 등 호소해 의료진으로서는 김 씨의 신장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하면서 소염진통제를 지속적으로 처방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