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마늘, 태반, 물광, 백옥… 일선 개원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급여 미용 영양주사에 대한 속칭들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속칭 사용을 자제하고 영양주사 투여 시 약물 부작용 등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최근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의협이 만든 '정맥영양주사요법 사용 권고지침'에 따르면 주사제 이름은 오남용을 일으킬 수 있는 속칭을 사용하는 대신 정확한 성분으로 설명토록 권고하고 사전에 기대되는 효능, 효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의협은 4월까지 시점에서 지침을 만들었으며 새로운 의학적 사실이 밝혀지거나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는 등 상황이 바뀌면 가이드라인을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의협은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며 "환자를 현혹할 수 있는 효능, 효과에 대한 과대, 과장 광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백 등 미용 효과는 약제 일부에서 보이는 부수적 기대효과로 과대, 과장해서는 안된다. 또 정맥영양주사요법은 반드시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시행돼야 하고 비의료인에 의한 시술은 근절돼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가이드라인에서 예로 들고 있는 주사제 성분은 티옥트산, 글루타티온, 프루설티아민, 글리시리진, 자하거추출물 또는 자하거가수분해물 등이다. 이들은 각각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태반주사로 불리고 있다.
의협은 "허가 받은 주사제 이름이 아닌 신조어 개념의 속칭으로 통용돼 환자에게 주사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속칭으로 유행하는 이름을 사용해 주사제 기대효과를 과장하거나 환자 현혹 등 무분별한 주사제 이용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정맥영양주사 투여 시 권고사항으로 9가지를 제시했다.
▲환자의 건강 상태 확인 ▲주사 시 발생 가능한 부작용과 이에 대한 대처 숙지 ▲안전한 감염 관리 ▲멸균 주사 처치와 관리 ▲주사 속도 및 주사제 투여 중 환자 상태 관리 ▲주사제 혼합 투여 시 고려 사항 반드시 준수 ▲일부 약제(알파리포산, 비타민C 등)는 정맥 주사 시 빛의 노출을 차단하는 차광백 사용 ▲환자 중심 진료 ▲투여 시 충분한 설명과 약물 작용, 부작용 정보 제공 등이다.
여기서 주사제 혼합 투여 시에 특히 주의할 점이 있다. 한가지 주사기나 수액에 절대 섞으면 안 되는 주사제는 알파리포산이다. 기타 셀레늄이나 멀티미네랄을 비타민C나 글리시리진과 섞으면 침전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따로 주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주사혼합 원칙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혼합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정맥영양주사를 투여할 때는 영양소 선택, 총 주사량, 주사 속도, 주사 방법 등을 신경 써야 한다.
총 주사량은 환자 상태나 주사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인 기준 1회 100~1000ml다. 주사 속도는 1~3ml/분. 주사제 맞는 시간을 고려해 가능한 관절 부위 혈관은 피하고 주사 투여 전과 후, 주사 투여 중 환자의 활력징후를 포함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변화 기미 보이지만…속칭 쓰는 곳도 수두룩
가이드라인 배포 후 일선 개원가는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영양주사 등을 주로 하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성분명을 표기하고 효능효과를 써놓은 입간판을 마련하는 곳이 눈에 띄었다.
강남구 E의원은 백옥주사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그 옆에 약의 성분명 '글루타티온'을 써넣는 방법을 선택했다.
경기도 H의원은 팝(POP) 광고 형태로 아예 성분명만 한글과 영문으로 쓴 후 이들 약물의 효과를 나열했다.
동대문구 S의원도 감초주사로 통하는 약품명이 쓰여 있는 입간판과 게시물을 만들어 병원 안에 게시했다. S의원은 동시에 의무 기록에도 제품명과 성분명을 함께 기입해 환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물론, 미용성형 중심 의료기관은 내외부 입간판이나 포스터에 여전히 '신데렐라, 백옥'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 관악구 H의원은 신데렐라 주사라고 떡하니 쓰인 입간판을 세워놓고 있었으며 성분명 없이 물광주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G의원은 건물 엘리베이터에 신데렐라, 백옥주사 등의 용어와 함께 할인 가격을 광고하고, 건물 입구에 입간판도 별도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동작구 E의원도 의원 접수대에 효능 효과에 대한 알림도 없이 '태반주사'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개원가는 해당 속칭이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부정적 시각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S의원 원장은 "사실 신데렐라, 마늘 이런 용어들은 의사가 만든 게 아니다"며 "주사제를 많이 판매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한 부분도 있고, 성분명이 의학용어다 보니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들만 상술로 각종 용어를 이용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은 아쉽다"며 "가이드라인은 앞으로도 충분히 현실을 반영하고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