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부주의로 자궁내 태아 사망을 일으켰다며 금고형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사건에 대한 의료계 분노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도 향하고 있다.
법원이 실형 판단을 내리는 증거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채택한 것이 알려지자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없음에도 배상을 요구하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쌍둥이 중 한 명을 계류유산한 여성이 A산부인과 의사가 쌍둥이 소실(vanishing twin)을 놓쳤기 때문이라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했다. 이 원장은 경위서를 쓰고 문헌까지 첨부했고, 감정 결과는 '과실없음'이었다.
문제는 다음에 이어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담당자의 전화.
A산부인과 원장이 따르면 이 담당자는 환자가 고생한 걸 생각해서 500만원 정도를 치료비로 주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는 것이다.
A산부인과 원장은 "과실이 없는데 왜 줘야 하냐고 했더니 100% 일방이 어딨냐며 다른 의사들은 주던데 냉정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료분쟁중재원은 중재가 목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생각되는 국민의 민원 해소통로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직원들은 중재가 이뤄져야 실적이라는 게 생기니까 그렇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B산부인과 원장은 300만원을 배상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분만을 위해 내원한 환자에게 18G 바늘로 정맥주사하고 항생제를 사이드로 했다.
이 원장은 "(환자가) 주사 맞은데가 불편하다고 해서 굵은 바늘이라 그럴 수 있고 항생제가 들어가면 좀 아플수도 있으니 경과를 보자"고 말했는데 "이 환자가 주사를 잘못 놔서 인대주위에 석회화가 생겨 긁어내기까지 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결론은 300만원 배상.
그는 "환자의 직업이 전직 미용사라서 이미 손목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고 추측했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큰돈도 아니니 그냥 주고 해결하라는 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이같은 불만은 29일 예정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주최 궐기대회 참석을 유발하는 또다른 원동력으로 등장한 것.
대한의사협회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의견이 재판에서 형사처분 근거가 된 것은 문제라고 판단하고 관련 TFT를 만들기로 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이동욱 경기지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때부터 양측의 분쟁을 조정하는 법이 아니라 의료사고 특별수사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며 "현재 중재원은 법의 독소조항을 이용해 형사 처벌목적의 형사과실 감정기관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민사적 과실감정을 목적으로 탄생한 기관이지 형사적 과실감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다"며 "이제 환자가 의사를 형사고소하고 증거수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