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의 틀이 깨졌다.
1일 끝난 수가협상 결과에 따르면 내년 의원급 초진료가 1만5310원이기 때문이다. 올해보다 450원 오른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내년 의원급 초진료가 1만5310원이 되면서 자동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진료비가 올라간다.
노인 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일률적으로 1500원만 내고, 1만5000원을 넘으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즉, 내년부터는 초진료만 1만5310원이 되기 때문에 노인 환자는 진료비의 30%를 내야 한다. 진찰료만 놓고 단순 계산해봐도 노인 환자는 최소 4590원을 내야한다.
노인 환자는 해가 바뀌면서 진료비가 갑자기 3배씩 뛰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는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A의원 원장은 "내년부터 초진 노인 환자는 진찰료 만으로도 최소 4600원을 내야 한다"며 "1500원을 내다가 3배씩 오른 비용을 내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나올 텐데 그 감당은 의원이 전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B의원 원장도 "영세한 개원가는 진찰료 포션이 크기 때문에 노인 환자의 반발에 부딪힐 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고령환자가 많은 지방 개원가는 민원 발생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만5000원 상한선을 맞추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차라리 잘 됐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전 C정형외과 원장은 "한두달은 환자 민원에 시달릴 수 있지만 다른 병의원도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1만5000원 틀에 갇힌 꼼수 진료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낙관했다.
서울 D내과 원장 역시 "언제까지 1500원에 목매고 있을 수 없다"며 "초진 환자에게 제대로 된 검사를 다 하고 정당한 비용을 받고 재진 때 경과만 보면서 1500원에 맞추는 방법도 있겠다"고 말했다.
노인 외래정액제 개선 문제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협의의 1순위 안건인 만큼 이번 수가협상이 의-정협의 재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이번 수가협상은 노인정액제 틀이 깨졌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아마 개원가에서 큰 기점이 될 것이다. 기존의 노인정액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의정 협의에서 논의를 하다 국정농단 사태로 중단됐었는데, 이번 정부 공약이기도 하니 다시 논의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도 "초진료 인상으로 노인정액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만큼 노인정액제 개선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