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살아남아 도약을 꿈꾸고 있는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와 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운'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정말 '운' 때문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와이브레인의 이기원 대표, 라이프시맨틱스의 송승재 대표를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들어봤다.
◆설립 4년 만에 기기 상용화 돌입 와이브레인
와이브레인은 2013년 2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 모여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올해 5년 차를 맞았다.
머리 바깥쪽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전류를 흘려보내 두뇌 내부 신경 네트워크를 따라 깊숙한 곳까지 전류를 전달해 뇌기능을 조절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개발한 와이브레인은 회사 설립 4년이 지나서야 우울증 치료 웨어러블 기기 '마인드(MINDD)'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의료기기인 만큼 식약처 인허가를 받아야 했고,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식약처 허가 한 달 만에 12개 병원에 마인드를 납품했다. 우리나라 대형병원 7곳에서 우울증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중증 우울증이 경증으로 경감됐다. 경증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기억력, 인지능력 향상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기원 대표는 "인허가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기기 회사는 인허가에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시작했지만 사실 4년까지 걸릴 줄은 몰랐다"며 "임상시험이 정해진 타임스케줄에 따라 딱딱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예정했던 것보다 1~2년 정도 더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생기업이 구체적인 수익이 안 나온 상황에서 4년씩 버틴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하며 "4년 동안 임상시험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와이브레인의 기술과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와이브레인은 설립 직후 7억원의 투자를 시작으로 초기임상 결과가 나올 때마다 투자가 이어졌다. 솔본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DSC인베스트먼트·컴퍼니K 등 벤처캐피탈(VC)에게 약 1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의료기기 사업은 본질이 중요하다"며 "헬스케어의 본질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인데 중증도의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질환은 해결책은 거의 없지만 치료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술대회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기술을 설명했더니 투자로 곧장 이어진 사례가 (본질을 보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며 "비용을 떠나 혜택을 주는 기술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인드'의 확산을 위해서는 아직 신의료기술 통과라는 벽이 남았다. 의료진이 환자를 상대로 마인드 사용에 대한 비용을 받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도 1~2년이 걸린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 구매하는 데 제약이 없어졌지만 환자에게 비용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그 사이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번 달 유럽 CE 허가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기기 상용화 단계에 와있는 와이브레인은 앞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상황을 접목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제공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달부터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환자관리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와이브레인 인력 3분의2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으며 데이터 익명화 프로그램, 보안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닌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핵심"이라며 "환자 동의를 통해 복약 상황, 질환 진행 경과 등 객관적 데이터를 수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PHR 플랫폼 주목받기까지 4년, 라이프시맨틱스
2012년 9월 세워진 라이프시맨틱스는 시작부터 개인건강기록(PHR)이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PHR 플랫폼 '라이프레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허브로서 가정용 의료기기·웨어러블기기 등 30여종에서 생성되는 PHR을 한데 모아 ▲구글 핏 ▲애플 헬스킷 ▲삼성 S헬스 등 글로벌 디지털헬스 플랫폼에 수집된 PHR도 연결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병원정보시스템(HIS)과도 연동된다.
즉 여러 종류의 IoT 기기를 쓰다 바꿔도, 삼성에서 애플로, 애플에서 삼성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해도 사용 환경에 상관없이 PHR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PHR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 지난해가 되어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부터 주목을 받기까지 약 4년이 걸린 셈이다.
송승재 대표 역시 라이프시맨틱스의 잠재성을 읽은 투자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서비스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커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이 투자를 받기 힘든 환경"이라고 운을 떼며 "시가총액이 조 단위인 한 기업에게 회사 소개만 하고 수십억을 바로 투자 받은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PHR 플랫폼 라이프레코드를 국책 사업에도 접목,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만들어진 개인건강기록 플랙폼 사업단이다. 사업단을 주관하는 라이프시맨틱스는 3년 동안 90억원을 지원받아 190여명이 연구진과 라이프레코드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을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게 국가가 할 일"이라며 "의료자원 중 인력은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국가가 투자를 통해 탄력적으로 관할 할 수 있는 분야가 헬스케어 IT인 것"이라며 정부가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가 치매환자, 취약계층을 위한 보장성 확대를 약속했는데 여기서도 헬스케어 IT는 빠질 수 없는 분야"라며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이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