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메르스 처분 취소 소송이 양측의 핑퐁 게임으로 공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5월 2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메르스 처분 취소 소송 관련 소장 내용이 부실해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월 메르스 확산을 야기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의료법(제59)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업무정지 15일 행정처분을 확정, 부과했다.
복지부는 입원환자 2000명 대규모 이송 어려움과 이송으로 인한 상태 악화 및 감염 등 추가위험 발생 가능성 그리고 외래 환자(일 평균 8000명) 진료 불편 등을 고려해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806만 2500원(53만 7500원*15일)을 부과했다.
복지부는 같은 달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서울병원이 전 국가적 감염병 확산에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메르스 손실금 607억원 전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806만 2500원을 복지부에 납부한 후 내부 회의를 거쳐 행정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로펌 태평양을 통해 5월 2일 서울행정법원을 통해 소장을 접수했다.
두 달이 지난 현재, 삼성서울병원이 제기한 소송은 답보상태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입장차가 극명했다.
복지부 "소송 제기 이유와 근거 부재, 답변 필요성 못 느껴"
복지부는 5월 2일 삼성서울병원이 제출한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받은 것은 사실이나 소를 제기한 구체적 의견이 없어 답변서를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자문결과,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행정처분 취소와 메르스 손실보상 지급을 요구하는 간단한 내용 외에 세부 의견이 없다는 의미다.
질병정책과(과장 강민규)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의 소장을 받았지만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와 근거가 없다. 법무법인 자문결과 답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정반대 입장이다.
태평양을 통해 소장과 의견서를 전달했고, 복지부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소송기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삼성서울병원 "구멍가게 아니다, 소장과 의견서 모두 제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소장에 의견서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소장을 접수한 지 두 달이 지난 만큼 복지부 답변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메르스 행정처분 취소와 손실보상금 607억원이 달린 중요한 문제가 어떻게 된 것일까.
양측 모두 소장 내용과 사건번호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의료전문 A 변호사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행정처분 취소 여부와 수 백 억 원의 보상금이 달린 문제를 복지부가 허술하게 다룰 리 없다"며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의료 전문 변호사들, 이해불가 "복지부·삼성서울 모두 허술하지 않아"
의료전문 B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소장을 제출하면 30일 이내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나, 정해진 기간은 없다. 법원에서 배달사고는 없다. 대형로펌인 태평양에서 허투루 소장을 접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변호사 모두 삼성서울병원이 설사 제목 뿐 인 소장을 제출했을지라도 복지부가 일정기간 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화제를 모은 이번 사태가 대형병원과 중앙부처의 진실공방으로 확산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