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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개원-봉직 하늘과 땅차이…'비기'를 찾아라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7-20 11:33:13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24)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24)

가끔 병문안이나 문상 때문에 종합병원에 갈 일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개인의원과 종합병원은 절대 경쟁상대가 안 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개인 의원이 그렇게 교통편이 좋은 사통팔달에, 사람이 몰리는 자리에, 넉넉한 주차공간에, 쾌적한 커피숍에, 넓은 대기 공간에, 친절한 안내까지 둘 수 있겠는가. 여기에 진료 시스템에 거대한 컴퓨터까지 접목된 데다가 많은 의료시설과 비싼 의료기기, 교육 프로그램과 부대시설 등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다. 그 많은 것이 모두 거대 자본과 연결되어 있다. 개인의원 원장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본이 있겠는가.

또 강남에 개원한 성형외과나 치과, 피부과에 가보면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수려한 마케팅, 잘 훈련된 친절한 직원들을 만나게 된다. 거의 모든 환자는 예약제로 운영 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 할 수 있다.

시골의 조그마한 병의원에서는 절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일단 진료 형태나 진료비부터 차이가 난다. 즉 객단가(客單價, 1인의 고객이 내는 돈)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종합병원에 가게 되면 주차비 1만~3만원, 진료를 대기하는 동안, 혹은 진료 후 마시는 커피값과 식사비가 2만~3만원, 외래나 응급실에서 받는 진료비와 검사비가 적어도 5만~100만원 정도, 수술비나 입원비가 300만~1000만원 정도 든다.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도 하루 진료비가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이 된다. 개인 의원은 진료비가 1500원에서 몇 만원이 고작이다. 진료비부터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똑같은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진료를 보는 환자 수를 늘림으로써 경영비를 커버할 수 밖에 없다.

집 근처에 쉽게 갈 수 있는 병의원은 환자들의 작은 불편함과 흔한 질환을 치료하게 된다. 그런데 환자들은 이미 대형병원이나 전문병원, 강남의 럭셔리한 병의원을 다녀와 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 근처의 단골 의원에게도 아주 좋은 의료의 질과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편리함과 저렴한 진료비를 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의 고급 의료 서비스와 유럽의 저렴한 진료비를 추구한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나면 미국의 배상제도와 배상비를 요구하면서 유럽의 사회주의 의사 취급을 한다. 즉 최상의 서비스를 원하면서 최저의 가격을 원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참으로 우리나라에서 의사행위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개인의원을 하는 의사들은 정말로 어렵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의사가 되어버렸고, 개업을 해 버렸는데, 적응해야지.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영화, 비행기 등 여러 가지 기계의 발전 때문에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게 되었다. 조금도 참지 않고,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 더 친절하게,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의료를 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서 병의원에 일하는 사람들은 매우 힘들다.

서비스는 모두 돈이다. 하지만 고객은 그만큼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을 시작할 때 저수가로 시작 했고, 해마다 수가는 3% 정도만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개인 의원은 어떤 진료의 형태를 선택해야 할까? 시설과 기계에 대한 투자, 주차시설까지도 의사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나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까? 물론 많은 투자를 하면 할수록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나의 실력을 환자에게 보여 주기도 전에 선택에서 제외가 되어 버린다면, 나는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진료비가 그것을 커버할 정도로 보장되면 가장 좋겠지만, 알다시피 우리나라 보험 진료비의 원가 보존율은 60~70%선이다. 즉 보험진료만 봐서는 병의원을 경영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개원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것의 의미도 잘 모르고, 그 애로사항을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즉 보험 진료 3분의2, 비급여 진료 3분의1 정도를 하지 않으면 원가보전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보험 환자만 볼 경우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직원 수도 최대한 줄이고, 병의원 지출도 최대한 줄이지 않으면 집세나 리스료 내기도 어렵다. 차라리 봉직의를 충실히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나 직업군은 의사가 외제차를 타니까 모든 의사는 부자인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계 사듯이 리스료로 지출을 털면서 외제차를 몰 뿐이다. 어떻게 해도 돈이 벌리지 않으니까, 차라도 좋은 차를 타자는 식이다.

의사 중 신용불량자가 얼마나 많은 줄 모른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던 의사가 수학을 못 하지도 않을텐데 왜 신용불량자가 되었을까? 현실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 현실감각은 학교에서도, 수련을 받을 때도 배울 수 없다. 그냥 본인이 스스로 터득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가르쳐주는 사람 하나도 없이 개원하고, 어떻게 하다 보니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아들 두 명을 의사를 만들어 집안에 경사났다고 자랑을 하던 한 부모가 있었다. 그런데 두 아들이 개원해서 모두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 부모는 평생 교직생활하면서 번 퇴직금을 모두 자식을 위해 사용하고, 지금은 제자들에게 책을 팔러 다니고 있다고 한다.

개원과 봉직의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일단 개원을 할 때, 어떤 형태의 진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어느 곳에 개원을 하고, 개원 규모는 어떻게 하고, 특히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도 개원을 하기 위해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잘 되는 병의원에 취직해 환자를 보는 경험도 해봐야 한다. 자신이 개원에 맞는 사람인지, 봉직의로서 사는 것이 맞는 건지 확인을 해 보아야 한다.

만약 봉직의 생활을 했는데 환자에게 인기가 있고,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면 일단은 개원의로서 성공할 자질이 있는 것이다.


또 자신이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적게 벌고 취미생활을 할 것인지, 공부를 할 것인지 재테크를 할 것인지, 다양한 환자를 전문과없이 볼 것인지 subspecial을 살리면서 볼 것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자신을 알아야 진료의 행태도 나온다.

만약 개원을 했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주종목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자신의 개원 형태와 규모를 결정해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합병원과 준종합병원과 경쟁을 하려면 그 병원보다 자신이 환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 해봐야 한다. 개인의원이 종합병원보다 더 싸니까 경제적으로 환자에게 이득을 줄 수도 있고, 더 친절할 수도 있고, 더 다정하게 배려해 줄 수도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나를 판단할 때, 나에게 왔을 때 그 환자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를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만약 친절하지도 않고, 배려를 해 주지도 않고, 실력도 없는데다가, 경제적으로 이익이 아니라면 그것은 최악인 상황인 것이다. 또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안 받고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었을 때보다도 내가 처방을 더 잘 해줘 잘 낫게 해 주어야 하고, 한의원 갔을 때보다 나한테 진료를 받았을 때 더 나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즉 모든 병의원 및 민간요법, 약국, TV홈쇼핑 등과 비교해도 나에게 왔을 때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개원의가 해야 할 일이다. 그 '무엇'은 아무도 대신 만들어 줄 수 없고 반드시 나만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경쟁력이 있는 '무엇'이어야 한다. 그 '무엇'이 규모나 경제력일 수도 있고, 실력일 수도 있고, 아이템일 수도 있고, 친절함일 수도 있고 마케팅일 수도 있다. 그것은 환자들의 만족도와 재방문을 통해서 확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 한 번 온 환자가 다시 안 온다면 그것은 '나의 무엇' 때문인 것이다. 그 '무언가'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개원이 어려운 것이다.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고, 자신이 선택해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개원이다. 그 무언가, 즉 비기(秘技)를 찾게 된다면 그 때가 개원해도 좋은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