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처리하는 의료분쟁에서 병의원에게 잘못이 없어 '조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환자와 병의원 모두 15일 안에 이의신청을 안 해도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병의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결정이 나왔을 때 환자와 병의원 양측 모두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도 재판상 확정 판결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소비자기본법의 내용과 배치된다.
30일 병원계에 따르면 소비자원 관할 정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 67조에 대해 이같이 해석했다.
분쟁 조정의 효력 등을 다루고 있는 소비자기본법 67조는 분쟁 조정 내용 통지를 받은 당사자는 15일 내에 분쟁 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15일 내에 의사표시가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본다. 그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조정하지 않는다' 즉, 각하 결정을 내렸을 때는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관계자는 "법 문언상 분쟁 조정 내용이 배상 등 조정 결정만 의미하는지 그 외 각하, 처리 불능, 기각 등까지도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며 "조정을 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이 나갔을 때는 당사자 수락 여부 조회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에 대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체적인 조정 결정이 내려진 경우로 한정해 해석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법 조항에서 '분쟁조정의 내용'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실제 해당 법조항의 해석 때문에 병의원 실무 담당자들도 종종 혼란을 느끼는 부분.
경기도 A대학병원 관계자는 "법문을 보면 병원 입장에서 기각 등 결정도 화해의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기각 결정이 났을 때 실무적으로 소송까지 가지는 않아서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병의원 입장에서는 기각 결정이 병원 측에 잘못이 없다는 것인데 15일 안에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소송 등 다른 절차로 이어지면 이중 부담이 생기는 셈"이라며 "앞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