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스타틴과의 병용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ETP 억제제'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내놨다.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달단백질(이하 CETP) 억제제'를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에 추가했을때 주요 관상동맥 사건의 발생을 9%까지 줄이는 효과는 처음으로 입증했으나, 두 약제를 병용하는 전체 혜택 측면에선 '보통(modest)' 정도라는 학계 평가를 받은 것.
일각에선 "CETP 억제제가 가진 자체 효과에는 의문이 없지만, 전체 혜택이 미미하다면 약물 개발과 시장 진입을 놓고는 저울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렇게 스타틴과 CETP 억제제 병용전략의 혜택을 가늠해 본, 최초 대규모 임상연구가 최근 성료된 올해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주인공은 심혈관계 고위험군에서 MSD '아나세트라핍(anacetrapib)'과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의 병용 효과를 평가한 REVEAL(Randomized Evaluation of the Effects of Anacetrapib Through Lipid Modification) 3상연구로 학회 발표와 동시에 국제 학술지인 NEJM에도 게재됐다.
이미 주요 결과 일부는 지난 6월 MSD 홈페이지를 통해 톱라인 데이터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주저자인 영국 옥스포드대학 마틴 랜드레이(Martin Landray) 교수는 "REVEAL 임상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고강도 스타틴 치료에 CETP 억제제를 병용해서 심혈관 사건의 발생률을 줄인 최초의 임상이라는데 주목할만 하다"면서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분류되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는 스타틴에 이어, 착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게 CETP 억제제의 작용기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 결과 HDL 콜레스테롤이 두 배로 증가하고 LDL 콜레스테롤이나, apo B 및 비HDL 콜레스테롤의 감소는 기대한 바와 일치했지만, 해당 병용 전략이 심혈관 사건 발생을 얼마나 정확히 줄일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전 CETP 억제제 임상들의 경우 얘기치 못한 안전성 위험이나 유효성이 결여되는 등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서 조기 중단됐는데, 이와는 분명 다른 데이터를 보였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화이자의 토르세트라핍(torcetrapib), 릴리 에바세트라핍(evacetrapib), 암젠의 AM-8995 등이 CETP 억제제 개발 열기에 탑승한 바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상황이다.
연구팀은 "REVEAL 연구는 기타 다른 CETP 억제제 임상에 비해 참여한 환자수나 치료기간 등이 압도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면서 "연구기간 치료 2년째까지 명확한 혜택이 보여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왜 그동안 CETP 억제제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는가에 일부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약물 안전성에선 비교적 양호한 데이터를 보였다. 일부 혈압 증가와 신기능이 다소 감소한 환자가 관찰됐다.
아나세트라핍 REVEAL 연구, 세부 결과 어땠나?
연구를 살펴보면, REVEAL 임상에는 총 3만 449명의 죽상경화성 혈관 질환 환자(평균치 LDL-C 61mg/dL, HDL-C 40mg/dL)가 등록됐다.
이들 모두는 고강도 스타틴 요법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아나세트라핍100mg을 1일 1회 투약했다.
4.1년에 걸친 추적관찰 기간 치료 결과는 어땠을까.
관상동맥질환 사망, 심근경색 또는 관상동맥혈관재생술(coronary revascularization)의 발생은 아나세트라핍 병용군에서 10.8%, 위약군에서 11.8%가 발생하며 병용군에서 총 9%의 위험도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