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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문 케어 우려" vs 정부 "적정수가 논의하자"

이창진
발행날짜: 2017-09-05 12:40:59

국회 토론회, 보건의료 종합계획 공감 속 직종별 당면현안 주장

보건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 종합계획의 조속한 수립을 촉구하면서도 문재인 케어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적정부담과 적정수가, 적정급여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보건의료계 설득에 난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위원장 권미혁, 정흥태)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 큰 그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제안한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보건의료기본법에 규정한 보건의료계획 수립이 필요한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발표했다.

신현웅 위원은 "보건의료를 아우르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이 부재하면서 현재 보건의료 계획 간 모순과 충돌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기본계획을 중심으로 관련 법령계획을 종합적으로 관리 및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이 보건의료종합계획 수립 필요성을 발표하는 모습.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의료단체는 보건의료 종합계획 수립에 공감하면서 문재인 케어 우려감과 함께 직종별 당면 과제 중심 발표를 이어갔다.

병원협회 이성규 기획위원장은 "병원계와 구체적 논의없이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해 아쉬움과 우려가 있다.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나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며, 의료기관 손실과 희생 규제에 대한 불만과 압력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규 위원장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지방과 중소병원 의료질 저하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운영에서 비급여 중요성을 감안할 때 수가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공급체계는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원가 이하인 수가의 문제점은 국민이 원하는 질 높고, 친절하고 안전한 의료제공을 가로막는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하고 "건보공단의 총액할당제와 심평원의 삭감이 건강보험 제도 유지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민 소장은 "지불제도는 선택이 아닌 제도 운영이 문제"라면서 "70%에 불과한 의료원가 보상, 유형별 공급자와 공단 동수 구조 수가협상, 공단 재정위 밴딩폭 결정권 제거 등 원칙이 반영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약사회 등 의약단체는 문재인 케어 취지에 공감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적정부담과 적정수가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치과의사협회 김홍석 정책이사는 "복지부가 추진 중인 가치 중심 지불제도 개념이 모호해 논란 소지가 있다. 의료 질은 결국 사람(의료인) 문제다, 비인기과 활성화와 지역 편중을 없앤 보건의료발전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 김태호 기획홍보이사는 "보건의료 정책 핵심은 갈등 조정과 민주적 절차, 투명성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에서 한의과 강점에도 불구하고 의사 중심 정책으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 발전계획 수립 시 의료단체와 국민 의견을 종합해야 한다"며 한의계 소외감을 표명했다.

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보건의료 정책 대부분에서 약사는 배제됐다. 약사 역할 확대는 시대적 요청사항"이라고 전하고 "노인 약제비 절감을 위해 리베이트 처벌 강화와 성분명 처방 실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협회 김원일 정책자문위원은 "적정수가를 논하기 전에 국민 입장에서 적정수가를 받을 만큼 의료시스템이 이뤄졌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반문하고 "1951년 간호사 면허범위가 여전히 적용되고, 전공의특별법 이후 전공의 업무가 간호사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일 위원은 "PA(의사보조인력)가 7000명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젊은 의사들은 PA를 인정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도 안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만성질환 관리도 의원급 중심의 사고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의사의 노동가치는 존중된 지 모르나, 다른 직역 노동가치는 소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정윤순 과장.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성공적 안착을 위해 적정수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보건의료정책과 정윤순 과장은 "그동안 옥상옥 지적 등으로 보건의료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관련 법 개정 등 교과서와 같은 종합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윤순 과장은 문 케어 관련, "정부는 적정부담과 적정급여, 적정수가로 전환한다는 큰 방향을 갖고 있다. 막연한 염려 보다 상호 실험적 접근을 통해 적정 부분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보건의료계 협조를 당부했다.

정 과장은 "이번 보장성 강화 계획으로 보건의료계와 국민 간 신뢰 구축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부사항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대형병원 쏠림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병행할 것이다. 중소병원 역할과 정립, 지원 등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가 의료정책 종합계획 수립과 문재인 케어의 총론에 공감하나 각론에서 직종별, 직역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부 현안 타개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