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제약·바이오
  • 국내사

암젠 '레파타'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 패턴 바꾸나

원종혁
발행날짜: 2017-09-20 05:00:00

국내 HoFH 적응증 첫 진입 "실질적 진단방식 놓고 학계 논의 필요"

유전성 극희귀질환에 적응증을 허가받은 PSCK9 억제제의 등장으로, 진단 치료 환경에 변화가 예고된다.

오랜시간 진행된 연구나 진단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분야에 첫 치료 옵션이 출시되면서, 질환의 진단부터 치료 환경에까지 활발한 학계 논의가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최근 지질강하제 시장에 스타틴을 이을 차세대 약물 계열인 PSCK9 억제제가 도입되면서 의료현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노피 '프랄런트(알리로쿠맙)'와 암젠의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 2가지 PCSK9 억제제가 허가를 받으며 향후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해외와 달리 레파타와 프랄런트의 적응증은 겹치는 부분이 없어 두 약제의 비교가 당장은 큰 의미가 없는 상황. 여기서 레파타는 극희귀질환인 HoFH 적응증에 대해서만 국내 적응증을 획득했다는 대목이다.

HoFH는 세계적으로 100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유전성 극희귀질환인데, 통계적으로 볼때 우리나라에 약 5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레파타의 허가임상인 TESLA-part B가 4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맹검으로 3상임상까지 완료해 효능 및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교수는 "해당 환자에서 약물치료의 경우 스타틴, 에제티미브를 쓸 수 있지만 일반적 고콜레스테롤혈증보다 수치가 극도로 높은 HoFH 환자에서는 이 두 약제만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며 "최근 도입된 신약 치료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것이 HoFH 치료에 중요한 방법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HoFH 환자는 일반적인 고지혈증 환자와 달리 고강도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 이후에도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 약물치료 옵션, '미포멀슨' '로미타파이드' 문제는?

실제로 유럽동맥경화학회(EAS) 가이드라인내 HoFH 진단기준을 보면, 치료전 LDL-C 500 mg/dL을 초과하거나 치료 중 300mg/dL을 초과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때문에 기존 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HoFH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LDL-C 강하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절실한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다만 레파타의 등장 전 HoFH의 약물치료 옵션은 미포멀슨(mipomersen)과 로미타파이드(lomitapide) 등의 약제가 있었지만, 간 효소수치 증가와 소화기 부작용 등 이상반응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2013년 국내 허가를 획득한 미포멀슨 성분의 약제인 '카이남로'는 단 한 차례의 투약 없이 3년 후 허가를 취하했으며, 로미타파이드도 현재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은 전무한 상황이다.

여기서 PSCK9 억제제 계열로 등장한 레파타의 유용성이 드러난다.

미포멀슨과 로미타파이드는 치료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임상연구가 26주 이상 진행된 반면, 레파타의 경우 TESLA-part B 임상 시작 4주만에 LDL-C 강하효과가 나타났을 뿐 아니라 12주차까지 안정적으로 LDL-C 수치가 유지됐다.

미포멀슨, 로미타파이드 등 두 약제 투여시 나타나는 간효소수치 증가반응도 레파타 치료시에는 발생하지 않았다는게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HoFH 치료에 가용한 치료옵션으로 LDL 교환술이 효과가 있으나 국내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간이식도 기증자 부족, 수술, 수술후 면역치료등의 난관이 있어 보편적 치료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레파타의 허가 임상을 보면, 실제 임상현장에서 스타틴 등 기존 약제로는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HoFH 환자들에게 레파타 치료가 제공할 수 있는 의학적 혜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진단기준, '임상적 기준'과 '유전자 검사 결과' 불일치 문제는?

이러한 임상 근거는 진단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실제 임상현장에 어떤 기준을 차용해 HoFH를 확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해당 임상에서는 유전자 검사와 임상적 기준, 둘 모두를 이용해 환자의 질환을 확진했다. 유럽동맥경화학회(EAS)의 가이드라인에서도 두 가지 기준을 함께 고려하는 입장이다.

특히 레파타의 TESLA-B 임상을 살펴보면 LDL-C 수치가 500mg/dL 이상인 임상적으로는 명백한 HoFH 환자에게서,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 등 '임상적 기준'과 '유전자 검사'가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기술됐다.

이상학 교수는 "(최근 HoFH 산정특례를 적용받은 환자의 사례를 들며) 다행히 해당 환자는 임상적으로도 HoFH를 확진할 수준의 높은 LDL-콜레스테롤을 보인 환자였으나 유전자검사를 진행했고, 유전자 검사로도 HoFH를 확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ESLA-parB 임상연구에 기술된 것처럼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며 환자 수가 매우 적은 질환군인만큼 학계에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에 혁신적 치료 옵션이 등장한 만큼, 향후 실질적인 진단 방식에 대한 학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