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간 문제일 뿐) 임상적인 근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쓸 수 밖에 없는 치료 옵션이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약 '엑스탄디'의 1차요법에 처방 근거를 두고 나온 평가다.
28일 제69차 대한비뇨기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전남의대 권동득 교수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한국인 환자에서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를 1차요법으로 사용했을 때의 리얼라이프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 고대안암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국내 13곳 3차 의료기관에서 총 19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관전 포인트는 2년전에 치료혜택을 공인받은 PREVAIL(1차약 평가) 임상과 비교해, 한국인에서의 유용성을 재확인했다는 대목이다. 오히려 PREVAIL 임상 참여 환자보다 컨디션이 더 나쁜 고위험군이 다수 포함됐음에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은 주목할 점이기도 하다.
권동득 교수는 "이미 대부분의 국제 항암치료가이드라인들이 1차약으로 권고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안 쓴다는 것은 치료 트렌드에 역행하는 처사"라면서 "남성호르몬차단요법(ADT)의 경우도 수십년만에 급여권에 진입했는데, 이전 해외 학계에서 한국의 경우 급여문제로 ADT의 사용이 어렵다는 얘길나누다 보면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엔잘루타마이드도 같은 경우"라고 강조했다.
현재 mCRPC 국제 치료가이드라인에선 엑스탄디가 항암화학요법(pre-chemo)을 받기 전인 환자에 1차약으로 자리매김한데다, 국내 비뇨기종양학계에서도 PREVAIL 임상 결과를 받아들여 1차약으로의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2015년 5월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의 mCRPC 환자에도 적응증을 허가받아 명목상 1차약으로의 사용은 가능하지만, 급여에 있어서는 아직 도세탁셀 이후의 2차옵션으로 묶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권 교수는 "도세탁셀 이후 사용하는 것보다 항암화학요법 이전부터 사용하는 것이 치료 성적이 더 좋다는데 학계 이견은 없다"면서 "모든 환자 대상이 아니라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 일찍부터 사용하자는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지출 대비 효과를 고려한다 해도 근거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인 결과에서 그 이유가 보다 명확해졌다.
도세탁셀 이후의 2차약으로 혜택을 따져본 AFFIRM 임상 연구보다 더 나은 평균 생존율(OS)과 무진행 생존율(PFS)을 높였으며, 이상반응은 전반적으로 낮게 나온 까닭이다.
30개월 간의 OS는 76.7%로 사망 위험을 약 23% 낮췄다. 전체적인 임상 성적이 PREVAIL과 비슷했다. 다만 한국데이터에서는 아직 중간값이 나오지 않았지만, 20개월 치료기간까지 약 70%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권 교수는 "일각에서는 전체 생존율 개선이 평균 5개월로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신장암 표적치료제의 경우 OS를 4~5개월 늘렸지만 보험은 다 인정됐다"면서 "임상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어느정도 있느냐보다 실제적 치료 혜택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해외 학계에서도 엔잘루타마이드의 임상근거를 인정해 항암화학요법 이전 환자들부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최근 바이오마커로 거론되는 ARV7 변이에 따라 환자마다 치료 표준편차가 심한 편인데, 실제 엔잘루타마이드를 기본 6 싸이클에서 30 싸이클 이상 사용한 환자도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한국인 리얼월드 데이터는 내년 3월 유럽비뇨기학회 학술대회에서 다시 한 번 발표될 예정이다.
리얼라이프 결과에는 PREVAIL 임상에 비해 글리슨 스코어가 8점 이상인 고위험군이 88%, ECOG 행위점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들이 들어갔는데 권동득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마주하는 암환자들에 치료 패턴을 살펴보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울산의대 김청수 교수는 "엔잘루타마이드의 1차요법은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환자에 쓰도록 가이드라인이 돼 있다. 그런데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암의 진행이 굉장히 빨라서 도세탁셀을 쓸 겨를이 없는 환자에 엔잘루타마이드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러한 의미에서 해당 리얼라이프 연구에선 고위험군이나 행위점수가 낮은 환자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