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선택할 때 각 지역별 유병률을 적극 고려해야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된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4가)'과 '서바릭스(2가)'가 같은 시기 각각 장기간 예방효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내놓은 장기간 추적관찰 조사결과를 보면 HPV 16, 18형과 관련해 90%에 이르거나, 이를 넘어서는 예방효과를 보였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에서 진행된 12년 간의 추적관찰 결과를 공개한 가다실의 경우 HPV 16, 18형과 관련한 질환의 예방 효과는 10년차 90%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또 서바릭스는 스코틀랜드 지역 7년차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해당 혈청형에 89.1%의 예방효과를 확인한 것.
이들 코호트 연구의 디자인이나 대상지역이 달라 단순 수치상으로는 이들 백신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2가백신과 4가백신이 동 혈청형에 가지는 예방력만큼은 장기간 근거를 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이들 백신의 접종을 두고 취한 입장도 명확하다. 올해 5월 업데이트된 사람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백신에 대한 최신 입장 권고문을 살펴보면 "2가백신과 4가백신의 접종과 관련,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쪽이 자궁경부암의 장기적인 치료측면에 확실한 비용효과성 근거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HPV 16형과 18형에 대한 백신의 충분한 효능 효과 근거는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는 게 그 근거.
다만 2가 백신과 4가백신의 비용효과성을 고려한 선택에 있어서는 국가별 소득수준이나 약가문제,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선을 그었다.
WHO는 "백신 선택 비교는 국가별, 지역별 특성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여기엔 해당 질환별 국가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자궁경부암이나 HPV 관련 암종, 성기 사마귀 등의 질환 예방은 백신이 승인을 받은 라벨 등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국내 역학조사 결과에 나타난 HPV 관련 암종의 혈청형 분포다. 국가별로 HPV 유형별 감염 역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역학 조사에선 전 세계적으로 HPV 16, 18, 31, 45형의 감염률이 가장 높고 중국 남쪽은 HPV 52, 16, 58, 68, 33형의 감염률이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18~79세 여성 6만775명을 대상으로 HPV 감염여부 및 감염 HPV 유형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 여성이 가장 흔히 감염될 수 있는 HPV 유형 중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유형 가운데 HPV 16형(25.6%), 52형(25.2%), 58형(11.5%), 18형(7.5%) 순서로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52형과 58형에 대한 예방효과는 최근 유전형 5개를 추가한 가다실9 만이 가진다는 대목이다.
이에 HPV 백신에서 논의되는 교차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들도 눈길을 끈다.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된 서바릭스의 스코틀랜드 코호트 7년차 결과에는 논평도 함께 실렸다.
'서바릭스의 교차예방효과 입증(Confirming cross-protection of bivalent HPV vaccine)'를 기고한 호주 국가 HPV 백신접종프로그램 의학 담당자인 줄리아 브로더튼(Julia Brotherton) 박사는 "이번 결과 서바릭스의 교차예방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으며 서바릭스가 전세계 자궁경부암의 84%까지 예방할 수 있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자궁경부암 예방 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백신"이라고 의견을 냈다.
다만 해당 교차예방효과로 언급된 혈청형에는 52형과, 58형이 아닌 31형과 33형, 45형에 대한 교차예방효과를 언급했다.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상황에서 주요 혈청형을 추가 탑재해 9가백신으로 시장에 진입한 가다실9의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