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만명'. 고혈압인데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거나, 진단을 받았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국내 환자들의 수치다.
궁극적 치료 목표인 심뇌혈관질환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 질환의 인지도와 치료율을 끌어올리겠다는데 학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3일 대한고혈압학회 제47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가운데,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의대 순환기내과)은 "전 세계 사망 원인의 14%가 고혈압이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듯이, 고혈압을 단순히 개인의 질병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국가적 관심사가 필요한 사회적 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학회에선 '학계가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선포한 가운데, 한국 고혈압의 현주소라고 말할 수 있는 '고혈압 Fact Sheet'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고혈압역학연구회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추계한 고혈압 인구수(유병인구)는 2002년 790만명에서 2016년 1180만명으로 늘었다.
또 연 1회 이상 고혈압 진단명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한 사람 수(고혈압 진단 인구)는 2002년 310만명에서 2016년 890만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건은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는 대목이다. 고혈압 지속치료 인구를 의미하는, 연중 292일(80%) 이상을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가 2002년 100만명에서 2016년 610만명으로 6배 올라간 것이다.
조명찬 이사장은 "국내 고혈압 유병인구수는 2011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현재 약 1200만명으로 조사된다"면서 "이에 학계가 주도적으로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한 가치를 세우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질환 인지도와 치료율을 올리겠다는 미션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팩트 시트를 매년 업데이트 하면서 고혈압 관리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고혈압이 포함된 국민병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황에서 학회가 의료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수은혈압계 퇴출…비수은 청진 혈압계 대안 '표준화 작업 중'
한편 오는 2020년 진료실에서 수은혈압계의 퇴출을 앞둔 상황에서 학회 차원의 준비작업도 공개됐다.
앞으로 3년 뒤 100년 이상 사용돼 왔던 수은혈압계 및 수은체온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데, 이는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태를 계기로 수은의 심각한 신경독성 후유증과 환경파괴 문제가 밝혀지면서 2013년 10월10일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수은금지 협약이 체결된데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2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의료에서 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의 대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있다.
고혈압학회 또한 수은혈압계 퇴출에 따른 대책 및 가이드라인을 본격 논의하면서 혈압계 표준화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 이사장은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혈압계를 전환하는데 있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제표준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명확한 골드스탠다드를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진료실에서 수은주를 대체할 옵션으로, 수은주를 사용하지 않고 청진법을 이용하는 비수은주 혈압계가 대체 옵션으로 거론됐다.
학회는 "아직 국내에 명확한 프로토콜이 없는 상황에서 학회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한다"면서 "자동혈압계로 가는 것보다 비수은 청진 혈압계로 넘어가려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혈압계의 인증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국산 전자혈압계의 인증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이들 혈압계의 올바른 측정법과 환자교육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