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을 정리해야 한다는 파격 주장에 중소병원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의료전달체계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전 의원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잇따라 중소병원의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소병원을 300병상 이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300병상 이하 제한론'은 김용익 전 의원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새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설계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다시 부상한 '제한론'을 쉽게 넘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 병원계의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301곳, 10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의 병원은 1462곳이었다. 요양병원은 1516곳이다.
중소병원장들은 병원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S병원 원장은 "기존에 허가받고 운영 중인 1500곳의 병원을 무슨 방법으로 퇴출시킬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중소병원을 부정한 집단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성실하게 지역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진료하는 곳이 훨씬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I병원 원장도 "1차 의원과 지역 병원의 간극이 너무 크다"며 "병원도 요양병원, 전문병원, 재활병원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공급체계마다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병상만 제한하면 현장에서는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 전 의원 주장에 따르면 300병상 이하 모든 의료를 1차 의원이 감당하게 해야 하는데 이는 집단개원만 더 만들어주는 것이고 의료전달체계가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00병상 미만의 병원도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 원장은 "의원을 1차 의료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보면 300병상이라는 커트라인이 나올 수가 없다"며 "지역 거점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을 300병상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몰라도 병상 제한이라는 단순 논리는 현실성도 설득력도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상 제한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정부가 협회를 배제하고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대응 논리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난립을 막기 위한 '질 관리'는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R병원 원장은 "병상 제한은 우려도 되지만 잘하는 중소병원을 키워주는 제도가 병행되면 괜찮을 것 같다"며 "막연한 주장으로 병원에 불안함을 안겨주기보다 퇴출구조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한중소병원협회는 중소병원에 맞는 질 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중병협 관계자는 "현재 질 관리를 위한 기준은 대형병원 중심"이라며 "쉽게 말해 채점 기준이 대학생 기준과 고등학생 기준이 달라야 하는데 대학생 기준을 고등학생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양대 연구진에 중소병원 질관리 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를 맡겨놨다"며 "곧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