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원의 돈을 쓰게 해달라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6억원을 우선 지원해줄 수 있다는 의협 집행부.
달라는 쪽과 쉽게 내어 줄 수 없다는 쪽의 간극이 커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목표는 같다.
의협은 29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비대위 예산집행을 위해 투쟁 및 의료법령대응 특별회비 예산 중 '예비비' 6억원을 먼저 승인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 1일 비대위가 의협 집행부에 비대위 예산 재편성에 대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데 따른 집행부의 답이다.
비대위의 예산안은 올해 정기 대의원총회 승인 예산인 '투쟁 및 의료법령 대응 특별회비' 예산에 맞춰 짜인 것이다. 의협 대의원회가 승인한 예산은 총 16억9810만원으로 약 17억원에 달한다.
의협 비대위가 집행부에 승인을 요청한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전국 집회 등 행사 개최, 대회원 조직 강화, 기타 행사 등에 총 4억원을 쓰겠다고 했다.
신문광고 등 대국민 홍보(정책개발)에 2억5000만원, 대회원 홍보에 1억5000만원을 승인해달라고 했다. 비대위는 이미 주요 일간지에 대국민 홍보를 진행한 상황이다.
소송 대책비와 기타 투쟁 대책비로 2억3000만원을 편성했다.
전담직원 2명의 인건비로만 1억360만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여기에 복리후생비와 4대보험, 퇴직 적립금까지 더하면 1억3735만원에 달했다.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가 승인한 '투쟁 및 의료법령대응 특별회비 예산' 사용이 의협 정관과 상충한다며 17억원의 예산안을 모두 승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의협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산편성 및 집행 처리 절차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쟁 및 의료법령대응 특별회비 예산 중 '예비비' 사용을 승인하기로 했다.
의협 집행부가 승인안 예비비 규모는 6억원으로 회의비 4000만원, 행사비 3억6600만원, 홍보 및 정책개발비 1억5000만원, 인건비 4400만원을 승인했다.
추무진 회장은 "비대위 예산 승인 문제는 법률 자문도 받고 감사단에서 정관 해석에 차이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부분"이라며 "집행부로서는 전국 의사총궐기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한 집행부가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고민한 결과가 예비비를 사용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더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의원회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의료법령 대응 특별회비를 최대한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대변인도 "비대위가 승인을 요청한 예산안 중 소송 대책비와 기타 투쟁 대책비 2억3000만원은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고 예비비로 편성한 4억8075만원도 그런 성격의 비용"이라며 "6억원 정도 내에서 비용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