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이대목동병원이 2차 병원이 된다. 진료비가 인하되는데다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4명 사망 사건의 여파로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상급종합병원 간판 사수에 실패한 병원들은 불합리한 지정기준과 형평성을 지적하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결과 8개의 병원이 상급종합병원 간판을 받지 못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대목동병원은 '보류'하기로 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권에서는 올해 신규 신청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이, 경남권에서는 삼성창원병원, 해운대백병원이, 울산대병원이 탈락했다. 이밖에도 올해 신규 신청한 일산백병원, 성빈센트병원, 을지대병원이 상급종병이 되지 못했다.
'종합병원' 이대목동, 경영 타격 받을까?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해서는 신생아 사망원인 등이 밝혀진 후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로써 당장 내년부터 이대목동병원은 2차 병원이 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30% 종별 가산율을 차등 적용받는데 종합병원은 25% 가산된다. 의원과 병원은 각각 15%, 20% 가산 받는다.
진료비는 3차일 때보다 더 저렴해지겠지만 이미 의료사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경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내년부터 이대목동병원은 3차에서 2차로 바뀌는데 아무리 진료비가 저렴해져도 환자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소아 환자 치료 쪽으로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보니 인근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내과 교수도 "환자 중에서도 소아 환자의 부모, 엄마들은 상당히 예민하다"며 "소아 환자는 특히 이대목동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다. 2019년 중 마곡지구에 제2병원 오픈도 예정하고 있는데 상급종합병원 지정까지 물 건너 가면 늦춰지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물론 낙관하는 전망도 있었다.
인천 한 종합병원 과장은 "이미 이대목동병원이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빠져나가거나 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며 "진료비도 더 낮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상급종병 지정 여부에 따른 상황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상급종합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만약 이대목동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결국 잃게 된다면 추가로 다른 병원에 권한을 줄 것인가에 대해 정부가 확실히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44등을 한 다른 대형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진입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역 형평성 문제, 3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
3기 지정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었던 울산대병원이 탈락하고, 경북권에서 칠곡경북대병원이 새롭게 진입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형평성 문제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경상권은 대구와 부산에 상급종합병원이 집중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한 종합병원 원장은 "권역이 부산경남, 대구경북으로 나눠지는데 실제로 경남과 경북을 커버할 수 있는 병원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요병상 수 권역 구분이 너무 대규모로 설정돼 있다. 보다 소규모로 소요병상 수 지역을 세분화해 지역마다 공평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수준과 환자 중증도에 대한 평가가 아닌 부수적 평가요인에 의해 탈락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실제 울산시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지정 관련 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균형발전비서관에 보냈다. 울산시는 울산권역 설정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는 공문을 통해 "울산은 부산경남과 함께 경남권역으로 분류돼 있는데 경남권은 비수도권 다른 권역보다 상급종합병원이 많이 집중돼 있어 경쟁에서 항상 불리하다"는 지적이 들어있다.
올해는 중증도도 중요하지만 '의료 서비스 수준'에서 당락이 좌우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중증도는 상대평가에서도 문제가 없는데 의료서비스 수준을 묻는 항목을 충족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례로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하는 수술에 반드시 포함되는 질환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전립선 절제술은 병원급이나 의원급에서 커버가 가능한 질환이고, 녹내장도 사실 수술을 잘하지 않는 질환 중 하나인데 지정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을 쏟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칠곡경북대, 개원 7년 만에 상급종병 간판
칠곡경북대병원은 개원 7년만에 상급종합병원 간판을 달게 됐다.
김시오 병원장은 "칠곡경북대병원 처럼 분원 형태인 화순전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은 일찌감치 상급종합병원이 된 거에 비하면 늦은 셈"이라며 "암 특화 병원이라서 중증도도 40% 수준으로 전국 다른 어느 병원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TFT를 운영하며 평가항목 중 중증도 외 의료서비스 수준, 의료인 수, 항생제 평가 항목 등을 충족하기 위해 특히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 상급종합병원은 '대구'에 몰려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병원 위치가 대구와 경북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경북 권역을 커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요건이 많았는데, 이를 강화하는 것은 앞으로도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