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받으란 말인가, 받지말란 말인가."
6일 병원계에 따르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요양병원들이 일선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한 서식이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에 의해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담당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즉, 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을 받으려면 병원 내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말기암 환자, 노인 환자 등의 치료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만큼 연명의료와 직결돼 있다.
5일 현재 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지정받은 요양병원은 총 6곳.
경상북도 E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에는 말기 환자, 호스피스 환자 등 연명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데 급성기병원 위주로 정책이 진행되다 보니 요양병원이 배제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것이 윤리위원회 설치와 심폐소생술 금지 동의서(Do Not Resuscitate, DNR)에 대한 법적효력 부분이다.
이 원장은 "300병상 이상의 대형 요양병원은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구성할 여력이 되지만 소규모 요양병원은 인력 관리 같은 행정적인 부담이 추가되기 때문에 (윤리위 구성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DNR을 받아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요양병원이 선뜻 나서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혼선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지정받은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요양병원들의 입장.
대한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한다는 동의서를 받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현재로서는 연명의료 환자가 생기면 큰 병원으로 전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리위를 설치하기 열악한 병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타 기관 윤리위를 이용할 때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틀 사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지정받은 등록기관은 49곳이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상급종합병원 25곳, 종합병원 33곳, 병원 2곳, 요양병원 6곳, 의원 1곳에서 설치했다.
이틀 동안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70대 남성 환자와 60대 여성 환자에서 총 2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