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수가가 낮았기 때문에 아기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의료 시스템의 문제라면 왜 다른 병원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일하는 직업이 어디 있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를 잇따라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7일 국회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강창일·인재근 의원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식적인 자리로는 처음으로 4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유가족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하나하나 짚으며 최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공의와 교수를 비호하고 있는 의료계의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족 A씨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대목동병원의 감염관리 실패"라며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기들에게 투여됐든 스모프리피드가 최장 8시간 동안 20도가 넘는 상온에서 보관됐고, 스모프리피드 주사제 500ml만 주문해 감염의 위험을 높였으며, 각종 균이 서식하는 싱크대가 멸균 지역인 NICU에 있는 점 등이 감염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A씨는 "여러 의사단체는 수가가 낮아서 그런 것이다. 해당 의료진을 잘못이 없다. 앞으로 누가 신생아중환자실을 담당하겠냐고 말하고 있다"며 "수가가 낮으면 허위청구를 해도 되고, 로타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은폐하며, 전공의가 집단 사표를 써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수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박하지 않겠지만 저수가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남의 고통으로 이익을 챙기는 모습들이 혐오스럽다.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망원인을 시스템 문제로 단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A씨는 "시스템 문제라면 다른 병원에서는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나"라며 "의료시스템 문제가 눈에 보이고 개선하고 싶겠지만 사망 원일을 시스템 문제로만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대한민국 어떤 직업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녀사냥식 의료진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 의료진이 얼마나 잘못이 있다고도 말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쓴 만큼만 급여를 지불하기 때문에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해서 쓸 수밖에 없다고 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의료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정부 관계자 등을 잇따라 고발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의 실명도 거론했다.
실제 임현택 회장은 토론회 청중으로 참석했지만 토론회 말미 자리를 떴다.
또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의료시스템이 문제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에 보건복지부 장관, 심평원장, 건보공단 이사장을 고발했다"며 "유족도 아무도 형사고발하지 않았다.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우리 손으로 형사고발할 테니 임현택 회장은 유가족 심정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 B씨 역시 무작위 고발 중단을 요청했다.
B씨는 "임현택 회장이 정부 관계자를 줄줄이 고발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까지 한다"며 "유족도 참고 있는 무작위 고발 행태는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추무진 의협 회장은 스모프리피드 분주 삭감 문제를 언급했는데 의협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더니 아직까지 답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답을 달라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스모프리피드 500ml를 나눠쓰고 한 병씩 청구했다는 의혹을 명확히 밝히고,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 측은 앞으로 아기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A씨는 "이대목동병원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사망한 4명의 아기 상태가 가장 위중했다고 이야기했다. 병원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라며 "의무기록지를 여러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감염이 없었다면 건강히 잘 크고 있었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법률, 제도 등 정책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같은 비극이 앞으로 또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인증 기준에 설명하기 추가"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련할 대책들을 공개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 기준에 환자안전사고 시 '설명하기'를 기준으로 추가하고 소아 환자를 위한 의약품 용량 조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3주기 인증에서 설명하기라는 부분이 시범사업 형태로 추가됐다"며 "환자안전사고 보고 양식에도 사고가 났을 때 환자에게 잘 설명했는지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와 병원 사이 불편한 오해가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수입의약품은 소액량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환자안전사고 중 투약오류가 낙상 다음으로 많은데 소아 환자에 대한 투약오류가 특히 많다. 용량이 크다 보니 용량 조절을 잘 못하는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가사항에 표시를 한다든지 등 식약처와 개선책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많이 쓰는 약에 대한 지침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이대목동병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것이고 수련환경 타당성, 신생아중환자실 재개, 부당이득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협의해 이대목동병원 감사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