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같은 내과계 안에서도 초음파 검사 기사 인정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초음파 급여화를 앞두고 일명 소노그래퍼라고 불리는 초음파 판독기사의 인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상복부·하복부 초음파를 시작으로 3년 안에 여성생식기와 심장, 흉부, 두경부, 근골격, 비뇨생식기, 혈관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급여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관련 학회들과 협의체를 운영하며 초음파 급여화 범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복부 초음파를 주로 하는 소화기내과계는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심장 초음파를 하는 심장내과는 초음파를 소노그래퍼가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상 초음파 검사는 의사의 의료 행위이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 대신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 방사선사가 할 수 있다는 복지부 유권해석이 있다.
대한소화기학회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병원이 대형화되고, 검진센터가 대형으로 들어서면서 초음파검사 기사만 몇십 명을 뽑아 심장초음파를 비롯해 갑상선, 유방, 전립선 등 초음파를 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엄연히 불법"이라며 "초음파가 급여화되는 상황에서 원칙대로 가는 게 아니라 기존에 그렇게 해왔으니 관행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미국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는 기사를 인정하고 있어 그곳에서 자격증을 따 와서 한국에서 간호사, 간호조무사, 영상의학과, 임상병리사 등에게 초음파검사 자격을 주고 있다"며 "일부 의사들은 이런 초음파 기사들에게 강의까지 받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소화기학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내과학회는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역시 초음파기사가 하는 검사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대형병원 수익구조를 보면, 교수 이름 한 명을 걸어놓고 하루에 심초음파를 100명씩 보고 있다"며 "환자들은 자신들을 검사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의사인 줄 알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전문가가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되면 암 등 질환을 놓칠 수 있는데 이 책임은 또 누가 져야 하겠나"라며 "백 번 양보해 의사 지도하에 검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비전문가가 초음파 검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무면허 의료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복부와 심장, 초음파 판독 환경 다르다"
심장초음파 전문가들은 복부와 심장 초음파의 판독 환경이 다른 데서 나오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에코 테크니션을 자체적으로 키워서 이미지를 잡고 판독은 의사가 하는 협업체계로 돼 있다"며 "미국, 유럽은 일정 트레이닝을 받은 초음파 기사를 인정하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심장은 질환의 최종 결정을 초음파로 하는 경우가 많아 초음파 분야에 고도의 전문화된 의사, 테크니션이 필요하다. 더불어 판독, 결정은 전문가인 의사가 해야 한다"며 "복부는 CT, MRI 검사가 질환 발견의 핵심이고 초음파는 스크리닝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복부와 심장 초음파는 인력이나 초음파 판독 환경이 다르다는 것.
이 관계자는 "심장도 초음파 이미지만 검사 기사가 잡는 것이지 판독을 의사 대신할 수는 없다"며 "불법이 아니라 역할분담, 협업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스템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