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학회 주임교수 회의를 해도 거의 안 온다. 외과 교수들이 당직 서는 현실도 있지만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배어있다."
대한종양외과학회 양한광 이사장(서울대병원 외과 과장)은 2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SISSO 2018) 학회장에서 메디칼타임즈 등과 만나 한국 외과의 실상을 이 같이 밝혔다.
위암 권위자인 양한광 이사장은 "보건복지부는 외과계 수술 수가를 인상했다고 하나, 선택진료비 폐지로 사실상 수입이 줄었다"면서 "일례로, 위암수술의 경우 수가인상으로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높아졌으나, 선택진료 폐지로 총액은 30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며 외과 교수들의 허탈감을 표했다.
그는 "선택진료제 폐지 취지는 이해하나, 외과 의사 전문성은 테크닉과 경험에 달려있다. 전문의를 갓 취득한 외과 의사와 20년간 수술한 외과 교수가 같은 값으로 매겨지는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이 외과를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석한 백정흠 학술위원장(길병원 외과 교수)과 박도중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도 "단순 수술수가 인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같은 수술이라도 노인과 복합질환 환자의 경우, 일반 환자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수술실과 수술 후 치료 등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외과 의사들의 노력도 수가 가산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의료현실 속에 학회 노력은 눈물 겹다.
이번 국제학술대회 특징은 국내외 종양 외과의사들이 술기 관련 논쟁(debate)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것.
유방암 절제연 동결절편검사와 위식도경계암 종격동 림프절 절제술, 담도췌장암 수술 전 담도 감압방법 등을 놓고 연제 발표 후 참석 의사들이 투표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암환자를 위한 좀더 나은 수술법을 놓고 국가와 소속 병원에 무관하게 격이없이 격론을 벌이는 셈이다.
양한광 이사장은 "이국종 교수로 국민적 화제를 모은 아주대병원 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이다. 복지부는 의료계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나 현 외과 실상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회의 또 다른 중점과제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종양 외과의사 괴리감 해소이다.
양한광 이사장은 "대형병원으로 암환자가 몰리는 것은 국민적 편의와 외과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외과 분과전문의를 통합한 '종합 종양외과 의사'(general oncology surgery) 양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종양 수술 난이도를 구분해 경증과 중증 수술은 한 외과의사가 중소병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국제학술대회 기준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양한광 이사장은 "부실한 국제학술대회를 솎아내겠다는 취지에는 찬성한다. 다만, 규제 강화는 학술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의학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국내 학술대회 전시부스 비용 등을 상향시켜 국제학술대회가 아니더라도 학회들이 해외연자를 초청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대한종양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는 대장항문과 위암, 유방암 등 종양외과 국내외 전문가 350여명(해외 참석 50명)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