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한 진료기록부를 원본과 함께 환자가 받아볼 수 있게 됐지만 기록 수정과 의료과실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름대동맥 동맥자루' 파열로 환자가 사망한 후 병원 측은 경과기록지와 간호기록지를 수정했다.
유족은 병원이 사망원인을 도출할 수 있는 의료기록 및 자료 등을 누락, 폐기해 입증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원형)는 오름대동맥 동맥자루 파열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서울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유족 측은 2심 판결도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환자 B씨는 출산 후 모유수유 중 흉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의식을 잃고 A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의료진은 경도-중증도의 심장막삼출 진단을 내리고 염증완화와 심박동수 조절을 위한 약물 처방을 내렸다.
B씨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 안정을 찾는듯하다고 다음날 경동맥 맥박,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30분에 걸쳐 기관내삽관, 심장마사지, 심낭천자를 했지만 환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오름대동맥 동맥자루 파열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었음에도 적절히 진단하지 못했고, 심낭천자를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부터 했어야 한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병원 측은 B씨의 심정지 후 경과기록지와 간호기록지에 산소포화도, 활력징후, 심전도, 천자 바늘 삽입 유도 초음파 영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했다.
유족 측은 "의료진은 의료 과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B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경과기록 및 간호기록 등을 정정, 가필해 발급했다"며 "사망원인을 도출할 수 있는 의료기록 및 자료 등을 누락 및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기록의 일부 수정이나 누락을 입증방해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의 추가기록 내용이 의료진의 과실을 추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중증도 혹은 다량의 심낭삼출이라도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이거나 심낭압전이 없는 환자는 1~7일 안에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라며 "수정 전 기재상으로도 의료진의 과실을 추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설령 환자와 의료진의 문답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간호기록이나 경과기록상 입원 기간 동안 환자에게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폐소생술 시행 과정을 추가 기재한 것은 의료진에게 심폐소생술상 과실이 있다는 점에 관해 주장, 입증이 없는 이상 입증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도 법원은 밝혔다.
재판부는 "임상에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증상에 대한 가장 흔한 원인을 추정하고 치료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심낭삼출의 가장 흔한 원인은 염증인데 의료진이 염증성 심낭삼출로 진단한 것에 특별한 의학적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씨가 응급실 도착 후 약물 치료로 최초 증상이 일시적이나마 호전됐던 점까지 보태면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처치를 즉시 시도하지 않은 채 기존의 경과조치를 유지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