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의료계는 분노감을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구속영장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잇따라 나오는가 하면 불구속 선처 탄원서까지 등장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4명 사망 사건과 연관된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해 지도, 감독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다는 게 이유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여자의사회(이하 여의사회)는 영장실질심사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 경찰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자마자 소아청소년과 박은애, 조수진 교수에 대한 불구속 선처 탄원서를 온·오프라인으로 받고 있다.
여의사회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의 명복과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우선으로 전하며 탄원서를 시작하고 있다.
여의사회는 "박은애, 조수진 교수는 30여년간 수많은 미숙아를 살려내기 위해 전심을 다해온 성실한 의사"라며 "이번 사건으로 한순간에 극악한 범죄자처럼 취급되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높은 미숙아 생존율을 유지했다"며 "4명의 의료진을 포함한 의료진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4명의 의료진이 구속되지 않더라도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할 것이며, 구속의 이유도 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여의사회는 "박은애, 조수진 교수는 몇 달째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면서 의사로서 환아를 진료하고 경찰 조사에도 충실히 임해 왔다"며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도 사건의 규명에 최선을 다할 사람임에 틀림이 없으니 선처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4명은 보건당국과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사건 후에도 평소처럼 진료, 간호 활동을 충실히 해왔으며 모든 자료는 경찰에 제출돼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물어 의료진을 구속해 단죄한다면 근본적인 문재 해결과 재발 방지 실마리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의 반복일 뿐"이라며 "최선을 다해온 의료인이 극안한 범죄자처럼 취급돼 구속수사까지 받는 모습을 본다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의료인의 마지막 자존감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구속영장 신청 철회하라" 성명서 잇따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일 성명서를 내고 동료 의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병원의사협회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미숙아가 태어나면 생명을 포기해야 했지만 적자 운영을 감수하며 미숙아를 살리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왔다"며 "소아중환자실 의료진에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물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이른 경찰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또 "적자 운영, 교과서적 진료 행위 급여 불인정, 과도한 근로시간 등 의료기관의 고질적 문제를 알면서도 오랫동안 방치하고 묵인한 정부 기관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대의대 51회 졸업생도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같은 의견을 밝혔다.
51회 졸업생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형법에서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있을 때 구속 사유가 된다"며 "유죄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사료를 보면 불구속 수사,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의사를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재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합했다"며 "경찰은 조수진, 박은애 교수의 구속 영장 신청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소극적 진료를 부추기는 결과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앞으로 누가 미숙아 분야를 전공하려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의료 인프라가 망가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A가정의학과 원장도 "도주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 우려도 없고 꼬박꼬박 경찰이 부르면 나가서 조사도 받았으니 구속영장이 기각되지 않겠나"라면서도 "의료행위 도중 고의가 아닌 치명적 실수들을 구속수사하게 된다면 앞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이나 의사는 환자를 거부할 수 없는데 많은 환자를 보게 해놓고 그 실수에 의료진을 구속 처벌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