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여, 67세)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을 확진 받았다. 방치하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으니 예방 치료를 위해 약을 먹는 게 좋겠다는 의사 처방이 있었다.
그러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이미 많은 치료제를 복용하던 A씨는 먹어야 되는 약이 늘어나는 것도, 당장 불편한 곳이 없는 데 굳이 돈을 들여 치료받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경구용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복용하는 B씨(60세)는, 6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치의에게 문의하니 해당 치료제는 골밀도가 더 낮아지거나 골절이 생겨야 보험이 되니 기다려보자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B씨는 골절을 예방하려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편하고 효과 좋은 치료제를 쓰려면 상태가 나빠지거나 골절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성 골다공증 지속 증가세…치료율 낮고 치료 중단율은 높아
최근 대한내분비학회 국제춘계학술대회(SICEM)에서는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 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쟁점의 중심은 골다공증 치료제의 급여 기준이었다.
이에 따르면, 복잡하고 모호한 약제기준을 정비해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를 구분하고 각 치료 차수 별로 일반원칙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내분비계열 약제 중에서도 약제마다 급여 인정 기간이 제각각이고, 정작 예방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현행 골다공증 치료제들의 급여기준 손질이 시급하다는게 골자다.
내분비학회 관계자는 "골다공증약을 쓰는 이유는 골절을 막기 위한 것인데 현 급여 기준에 의하면 골절이 없는 환자에서는 약을 쓰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골다공증은 인구 고령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질환인데 작은 부분에서 비용을 아끼려다가 추후 막대한 의료비용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골대사학회에서 2015년 발표한 국내 골다공증 치료 현황 통계를 보면, 약물 치료를 받는 여성 골다공증 환자는 10명 가운데 4명도 되지 않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치료 중단율은 66%에 이른다.
문제는 '고령사회형 중증질환' 범주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골다공증이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해도 치료율이 현격히 저조하다는데 있다.
2016년 공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과 고혈압의 치료율은 각각 67.2%, 65%를 차지했다.
반면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 치료율은 여성 36%, 남성 16%로 나타나,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을 시사하는 것이다.
학계 "현행 1차 치료 옵션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 역부족"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골다공증은 결국, 골절로 돌아온다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매년 4%씩 증가하는 추세에서 향후 인구고령화로 인한 골다공증성 골절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회장(한양대구리병원 정형외과)은 "골다공증 환자에서 저조한 치료율과 치료 중단율이 높은 주된 이유는, 기존 1차 치료제들에 부작용과 주요 부위 골절에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진료현장에서는 골다공증 1차 치료에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 이하 BP) 계열 또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 계열 치료제를 사용한다. 실제 치료 환경에서 십수년간 사용된 만큼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것은 강점이다. 하지만 이들 옵션에 치료적 한계점은 꾸준히 거론된다.
지난 2013년 대한가정의학과학회지에 발표한 을지의대 최희정 교수(가정의학과)의 연구 논문도, 골다공증 치료에서 비스포스포네이트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다.
최 교수는 "골다공증 치료목적은 골절을 예방하는 데 있으므로 무엇보다 골절 예방효과가 잘 입증되어 있는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구 또는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BP는 골절 위험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며 현재 골다공증 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실제 이들 약물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 임상연구에서와 같은 수준의 골절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도 BP 계열 치료제들에 생체이용률이 낮다는 점을 꼽고 있다. 또 복용 후 30분 이상 직립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등 정확한 복용법을 지켜야만 골절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과 부작용 발생 우려로 3~5년간 복용 시 치료 휴지기도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한 제한점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또 다른 치료 옵션인 SERM 치료제들의 경우엔, 노인 골절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고관절 골절과 같은 주요 부위 골절 예방 효과에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
때문에 지난해 급여권에 진입한 신규 RANKL 표적치료 옵션인 프롤리아(데노수맙)의 보험 급여 기준을 두고 의료진과 환자들에 혼란이 따르는 이유다.
작년 10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프롤리아는 급여 기준이 2차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1년 이상 충분히 투여했음에도 새로운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거나, 1년 이상 투여 후 골밀도 검사 상 T-스코어가 이전보다 감소했을 때, 신부전과 과민반응 등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금기에 해당할 때 급여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골다공증성 골절로 예방과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은 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이 많다"면서 "이들에 신규 옵션이 고려되는데도 정작 필요한 환자에 약을 쓰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현재 처방권에 진입한 치료 옵션 가운데, 3대 주요 골절부위인 고관절∙척추∙손목 모두에서 실질적인 골절 예방 효과를 입증한 프롤리아의 임상적 근거는 유일하다.
문제가 되는 골절 고위험군 환자들이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연령대임을 고려하면, 6개월에 1회 피하주사하는 편의성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10년 처방 경험 축적 "비용효과성 주목하는 이유"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도 프롤리아 옵션의 임상적 효과는 두드러진다. 2010년 미국FDA 허가 이후 프롤리아는 현재까지 10여년 간에 걸친 실제 처방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2016년 세계골다공증학회에서 발표된 골다공증 치료제 리얼월드 연구는, 허가 임상인 FREEDOM 연구에서 확인된 프롤리아의 골절 예방 효과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음을 검증했다.
프롤리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BP제제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골절 고위험군 이었음에도, 더 높은 골절 감소 효과를 보인 것이다.
특히 시장진입이 빨랐던 미국 및 유럽, 일본 등에서 수행된 비용효과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프롤리아는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환자 대상 1차 치료에서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제와 위약 대비 높은 비용효과성을 보였다.
대한골다공증학회 관계자는 "프롤리아가 1차 치료제로 급여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골다공증 환자들이 프롤리아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환자들에 1차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 역시 골절예방 치료에 프롤리아를 현행 보험급여 적용 대상인 1차 치료제들과 동일한 최고 수준으로 권고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초고령 사회 임박 대한민국, 골다공증 골절 대란 대책 마련 시급
작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기며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알렸다. 향후 10년 안에 전체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성 질환 가운데서도 예방약이 없는 치매와 달리, 골다공증성 골절은 효과적인 1차 치료 옵션 도입을 통해 의료 개입이 가능한 건강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회장은 "지금처럼 국가에서 골다공증 문제를 방관할 경우 향후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며 "국가 차원의 장기적 골절 예방 시스템을 발 빠르게 마련하고, 보다 강력한 골다공증 치료 옵션인 프롤리아를 1차 치료에서 권고하는 등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앞선 움직임을 참고해 우리나라에 실정에 맞는 골다공증 정책적 노력이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의견을 냈다.
|편집자주|'급․기․야'는 '급여기준 이젠 이야기 할 때'의 줄임말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때문에 제한적인 의약품 및 치료행위 등의 급여기준을 개선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혜택 확대를 추구하는 메디칼타임즈의 특별 기획 컨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