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혈압조절을 권고한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의 변화에, 국내 내분비대사학계는 '보류' 입장을 달았다.
심혈관질환 등 고위험군에서의 치료 혜택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변화를 촉발시킨 임상근거들엔 정작 당뇨 환자 데이터가 부족해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제31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작년 연말 공표된 '미국심장학회(ACC/AHA) 고혈압 진단기준의 변화'를 놓고 열띤 논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수축기혈압)에 80(이완기혈압)으로 낮춰 설정하고 고혈압 전단계를 세분화한 진단기준을 제시했지만 "국내 환자별 임상적 근거를 충분히 고려해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허혈성 심질환이 많은 서양인과 달리 뇌졸중 위험이 높은 동양인에서의 치료 혜택은 어느정도 인정되지만, 해당 환자군에 목표치를 따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와 관련, 대한고혈압학회 또한 오는 제48차 춘계 학술대회에서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존 목표혈압 유지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치료 시작시점 쟁점 "140 미만 환자에 위험도 줄지 않아"=
충남의대 내과 김현진 교수는 디베이팅 세션에 앞서 "진료현장에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를 자주 마주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작년 11월 발표되며 여파를 키웠던 미국심장학회와 심장협회 공동가이드라인에 문제점을, 약물 치료 시작 시점으로 꼽았다.
목표혈압 기준을 130/80으로 강력하게 낮춰 잡고, 항고혈압약물 치료 역시 동일 시점으로 권고한데엔 여전히 쟁점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변화에 주축이된 임상들을 살펴보면, 당뇨 환자 임상 데이터가 없을뿐더러 근거수준이 높은 무작위대조군연구(RCT)가 부족한 결정이었다는 이유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에서 혈압을 낮출수록 좋다는데 힘을 실었던 실었던 SPRINT 임상 역시 당뇨병 데이터가 미약했다"며 "포함된 일부 임상들에는, 수축기혈압을 130 미만으로 줄였을때 뇌졸중은 39% 수준으로 줄었지만 심근경색에는 어떠한 혜택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항고혈압약물 치료시 수축기혈압이 140 이상인 환자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었지만, 오히려 140 미만인 경우 위험도가 줄지 않았다는 임상근거들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물론 UKPDS, HOT, ADVANCE 임상 결과 등을 통해서도 당뇨 환자에 엄격한 혈압관리가 심혈관 혜택이나 미세혈관 합병증 등에 혜택이 있다는데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혈압 변동과 관련 'J 커브'에 비춰보면, 110/60을 기점으로 오히려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올해 업데이트된 미국당뇨병학회(ADA) 진료 권고안 역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당뇨 환자에 목표혈압 기준은 환자 개인별, 인종별, 동반질환과 위험요소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면서 "올해 ADA 가이드라인에서도 약물치료 시점을 140/90 이상으로 유지하는 한편, 진료실 혈압보다 가정혈압 모니터링에 대한 추가 권고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당뇨병 학회의 경우도, 일반적인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 수치를 140/85로 잡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날 논의에서 강력한 혈압조절이 뇌졸중 예방에는 분명한 혜택이 있다는 점은 언급됐다.
연세의대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는 "가이드라인 변화를 촉발시킨 SPRINT 임상이 50세 이상의 고위험군(비당뇨 환자)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데 제한점은 있다"면서도 "해당 치료전략이 뇌졸중 예방에 임상적 근거가 나오는 상황에서,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과 달리 뇌졸중 발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력한 혈압 조절에 따른 영향권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