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대학병원

"차세대 항암신약 트렌드 '면역' 이제 시작일뿐"

원종혁
발행날짜: 2018-05-25 06:00:43

머크 임상책임자 "언멧니즈 여전, PD-1/PD-L1 이외 TGF-β, C-met 주목"

항암제 중심 제약사에 시장성은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최전선에 있으면서 희귀 난치성 암종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350년 역사의 독일 머크(Merck KGaA)가 꾸린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들여다 보면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대장암 및 두경부암 표적항암제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얼비툭스'가 그나마 친숙할 정도다.

주력 개발 품목 중 다수가 생소한 기전을 가졌음에도 이들 모두가 학계 주목을 받는 신규 후보 물질이라는 사실.

머크 일본 임상개발센터 총괄 책임자인 모리히로 와타나베 박사는 "머크가 개발 중인 제약 파이프라인의 80%가 항암분야에 집중됐다"면서도 "미래 항암제 개발에 있어서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 초점을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억제제, TGF-β 작용제, DNA 치료제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성료한 '바이오 코리아 2018'에 연자로 방한한 와타나베 박사를 만나 최신 항암제 파이프라인 개발 트렌드를 물었다.

그는 일본 야마가타의대를 졸업한 분자생물학 및 면역학 임상 전문가로 미국 및 일본 국립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33개의 암관련 임상에 참여했다.

머크가 면역항암제 PD-L1과 TGF-ß 조합을 기대하는 이유?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는 처방권 진입이 빨라지면서 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와타나베 박사는 "대부분의 면역항암제가 PD-L1을 바이오마커로 활용하고 있지만 PD-L1 음성, 발현이 되지 않는 종양에서도 면역억제제에 반응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바이오마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PD-L1의 발현율은 조직생검 등을 통해 종양의 일부 조직을 얻은 후 면역조직화학분석(IHC)을 이용해 파악한다"면서 "이 방법은 종양병변 전체에 대한 PD-L1 발현 상태를 모두 대변하는 결과라고 보기 어렵고, PD-1과 PD-L1의 상호작용이 종양세포의 면역억제와 관련된 유일한 기전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D-L1 발현 외에도 종양세포 내, 혹은 종양병변에서의 또다른 상호작용 여부 등 아직 파악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머크가 개발 중인 PD-L1 계열 아벨루맙의 차별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와타나베 박사는 "시험관 연구 단계에서 아벨루맙을 추가했을 때 면역세포들이 종양세포를 사멸시키는데 얼마나 높은 활성을 나타내는지 항종양활성은 이미 확인했다"면서 "이러한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 작용(ADCC)이 실제 임상 세팅에서 어떤 혜택을 보일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용기전상 ADCC(Antibody-Dependent Cell-mediated Cytotoxicity)의 효과는 PD-L1 계열에서 주목된다고 했다.

종양세포는 PD-L1을 이용해서 면역세포 작용을 억제하는데 통상적으로 PD-1은 발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기대를 모으는 조합이 'TGF-ß'와의 시너지다.

올해 바이오 코리아에서 소개되며 주목받은 'M7824(실험물질명)' 면역후보물질의 경우 주요 학회에서 PD-L1과 TGF-β 병용요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와타나베 박사는 "TGF-β의 경우 현재는 PD-L1, PD-1만큼 많이 활용 되지 않지만 TGF-β가 면역세포가 종양세포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 미국 임상 종양학회 위장관 종양 심포지엄(ASCO GI 2018)에서는 M7824 관련 위암, 대장암, 고형암 아시아 환자 대상 추가 코호트 자료를 발표했다"며 "이중 위암 코호트는 3차 요법 이상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유효성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반응률이 20% 가까이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포티닙 주목…폐암 외 간세포암 "1차약 소라페닙 비교 막바지"

현재 아벨루맙은 미국 및 유럽, 일본에서 메르켈세포암종으로 먼저 허가를 받았다. 환자군이 소수인 희귀질환에 우선 초점을 맞춘 이유가 눈길을 끈다.

그는 "악성 종양 분야에는 여전히 언멧 니즈가 상당하다"면서 "발병이 드문 희귀 암종으로 치료 옵션이 필요한 메르켈세포암 등에 우선 개발이 진행됐다는 것도 아벨루맙이 가진 시사점"이라고 했다.

메르켈세포암 외에도 폐암과 위암, 요로상피세포암종, 난소암 등 15개 이상의 다양한 암종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억제제인 '테포티닙'도 기대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일본에서는 폐암에 신속허가 지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C-met과 관련 진행 중인 연구들은 EXON 14, 즉 유전자 변이에 집중하고 있는 연구들"이라면서 "폐암에서 많이 사용되는 EGFR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일부 환자에서 C-met이 발현된다. 간세포암종을 포함한 간암에서도 C-met이 적지 않은 빈도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이어 "C-met 억제제인 테포티닙은 구체적으로 폐암에서 변이를 보이는 유형에 매우 효과가 좋은 치료제"다면서 "정해진 표적과만 선택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선택성이 떨어지는 유사 계열 다른 치료제와는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 박사는 "최근 폐암 외에도 간세포암 영역에서 2상 연구 두 건이 진행 중인데 완료 단계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선, C-met이 발현된 간암 환자에 1차 치료제로서 테포티닙과 소라페닙을 비교해 결과가 기대를 모은다.

"DNA 손상 반응 분야 선도"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최초 데이터 발표

한편 머크는 바이오테크인 버텍스와 협력해 DNA 손상과 복구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암제도 개발 중이다.

DDR(DNA Damage Response)이라 불리는 DNA 손상반응은 기본적으로 DNA의 손상을 다시 복구 시켜줄 수 있는 분자를 타깃하고 있다.

머크가 보유한 DDR 포트폴리오에는 ATR, DNA-PK(DNA-의존적 단백질키나아제) 및 ATM(운동실조-모세혈관확장증 돌연변이성 단백질키나아제)과 같은 주요 DDR 경로를 책임지는 효소 억제제들이 포함됐다.

와타나베 박사는 "DNA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을 여러 분야에서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 "머크가 선도 중인 DNA 손상 반응 분야는 어떤 암종을 표적으로 했을 때 치료가 가능할지 타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M6620을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 투여한 최초의 임상시험 데이터가 작년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됐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초기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추후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