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있던 전공의 노조가 본격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피의자로 연루되면서 전공의 사회에서 나타난 변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24개 수련병원에서 화상회의 형태로 일제히 열린 집담회에서 전공의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집담회는 대전협 회장이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전국으로 내용을 공유하며 각 병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 시간여 동안 이뤄진 서울대병원 집담회에는 약 150명의 전공의가 참여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점심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교수들이 집담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대전협 집계 결과 집담회에는 총 841명의 전공의가 참여하며 뜻을 함께했다.
전공의들은 "잘못된 환경 속에서 홀로 최선을 다한 동료가 법정에 서게 된 지금 보다 안전하고 올바른 의료를 만들어 내기로 다짐한다"며 결의문을 발표했다.
전공의들의 요구는 크게 4가지. ▲전공의 한 명당 환자 수 제한 ▲전공의가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수련환경 마련 ▲환자 안전을 위한 명확한 수련업무지침 만들기 ▲잘못된 의료 관행 철폐 등이다.
안치현 회장은 "적절한 교육 없이 실전 투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어떤 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것을 배워야 할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나아가 2006년 만들어졌지만 존재감이 떨어졌던 전공의 노동조합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그는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단체행동을 준비하라는 수임사항이 있었다"며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에 들어갈 때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게 노조의 존재라서 집행부가 먼저 가입해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즉, 노조를 구성함으로써 노동자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가지는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나아가 전공의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역할도 노조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예로 전공의법 시행과 맞물려 병원들이 임금제 개편을 많이 했다. 협의를 하려고 해도 전공의 단체에게 교섭권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병원의 요구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 노조를 통해 법에 어긋난 부분에 대해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노조 조합비는 월 3000원이며 대전협 집행부 20명 정도가 우선 가입했다. 전공의 신분이 끝나면 노조원은 후원회원으로 자동 전환된다. 후원회원은 1계좌당 1만원의 후원금을 납부할 수 있다.
안 회장은 "노조는 전공의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기능이 가장 기본"이라며 "대전협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별개의 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