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끼받았다", "다리 풀쳤다", "통세난다" 북한이탈주민이 호소하는 질병에 대한 증상이다.
이를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면 "체했다", "발목을 삐었다", "통증이 심하다" 등이다.
의료기관을 찾는 북한이탈주민과 이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료진 모두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남북하나재단과 15일 연세암병원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상호 이해와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하나의 세션을 진행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민하주 씨는 북한이탈주민의 의료기관 이용 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2018년 3월 기준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3만1530명으로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소화기내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순으로 외래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입원진료는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한방 순으로 나타났다.
민 씨는 "북한이탈주민이 산부인과를 많이 찾는 이유는 북한 내 여성인권 저하의 산물이기 때문이고 북한거주 당시 불량식품 장기간 섭취 및 예방접종 부재로 소화기내과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거주 당시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근골격계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아 정형외과를 많이 찾으며, 탈북 과정 중 경험한 외상후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고 있었다. 북한에 있는 고려의학에 대한 신뢰감으로 한방의료기관도 많이 찾고 있었다.
민 씨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기본적인 보건의료지식이 부족하고 미검증 민간 의료, 비과학적 입소문을 신뢰하고 애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치아를 위아래로 닦아야 하는 것을 치과에 가서야 알게 됐다", "산부인과 방문이 수치스럽고 창피해 증상이 심해져서야 방문했더니 자궁경부암이었다"라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얼음으로 죽는 사람을 살린다, 소 눈알을 달여 먹었더니 간염이 나았다, 다리가 아프거나 손에 담이 오면 스스로 뜸을 떠서 자체로 해결한다는 등의 미검증 민간 의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북한이탈주민은 아파서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찾아도 "외래어가 많아 거의 70%는 못 알아듣기 때문에 많이 위축돼 하고 싶은 말을 못 한다",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기 싫어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척한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을 의사가 못 알아들으니 내가 원하는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며 신뢰관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한의학과 비슷한 고려의학에 대한 신뢰가 높은 북한 의료환경에 있다 보니 "환자를 보면 진맥을 봐야 아는데, 남한 의사는 컴퓨터만 보고 있어서 의사가 맞나 신뢰가 안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의료진도 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사업부 이소희 부단장(정신건강의학과)은 북한이탈주민 진료 경험이 있는 보건의료인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부단장은 "아프다고 호소하는 부분에 문화의 차이가 있어 언어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고 신체적 불편감을 호소하는 단어가 강하고 과하고 극단적 표현이 많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탈북민이라 무시당할까 봐 예민하고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하면 의심을 해 합병증을 얻어오기도 한다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부단장은 "북한이탈주민은 트라우마 경험률이 높고 그로 인한 불안, 불신, 우울 등으로 의료진과 치료적 관계 형성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부분이 있다"며 "병력조사를 자세히 하되 의학적 설명을 최대한 단순하게 해야 한다. 또 진료 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통일부가 탈북민 의료 상담실 운영을 의료기관에 위탁하고 보건복지부가 탈북민 진료사업에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는 "남한 의료진과 북한 의료진 및 주민을 대상으로 서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 내용은 남한과 북한의 ▲의료문화 특성을 교육하고 ▲사회문화 친화적 환자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의료기관 이용 지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