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실손보험 청구 때문에 그러는데요. 수면다원검사 영수증을 입원증명서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보장성 강화에 따라 이번달부터 급여화 된 수면다원검사를 놓고 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환자와 의사 간 진풍경이다.
수면다원검사는 통상 8시간 이상 수면 중 뇌파와 안구운동, 근긴장도, 심전도, 호흡, 혈중 산소포화도, 코골이, 다리 움직임, 체위 등의 생체신호를 기록해 수면단계와 각성빈도를 확인해 수면의 질을 평가하고 수면 중 신체전반의 문제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급여 적용 방안은 별도 장비를 갖춘 검사실을 최소 8시간 이상 환자 1인이 단독 점유한 상태에서 수행되는 검사로 해당 검사실 관리료를 포함해 산정했다.
의원은 57만원, 병원 55만원, 종합병원 63만원, 상급종합병원 71만원이며 환자 본인부담은 20%를 적용해 11만원에서 14만원이다.
보장성 강화로 환자 본인부담이 대폭 경감됐는데 의료현장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원인은 실손보험 보상체계이다.
통상적으로 의료기관은 1박 2일로 진행되는 수면 다원검사를 검사 중심의 외래 베이스로 인식하고 청구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입원 시 보상을 더 받을 수 있으므로 당연히 입원청구서를 원하는 셈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병원들이 입원으로 청구하면 되겠다 싶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병원 급여코드 전산 시스템은 담당의사의 입원장과 원무과의 입원 수속을 전제로 입원 청구를 하게 되어 있다.
낮 검사에 이어 수면으로 이어지는 수면 다원검사를 입원으로 볼 것인지 전산시스템에서 구분하기 모호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문제는 수면다원검사 환자가 피검사 등 다른 검사를 받았을 때이다.
병원 진료 영수증은 외래든, 입원이든 당일 검사 비용이 함께 합산돼 나오는 방식이다.
병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손실보험 환자가 검사 비용까지 포함돼 보상을 받은 경우, 손실보험사에게 수면다원검사가 아닌 검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면 다원검사 환자 상당수가 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다. 복지부는 입원명세서 청구가 가능하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나 의료현장은 다르다"면서 "실손보험 환자의 요구와 자칫 발생할지 모르는 보험사의 환불 요구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역 B 대학병원 관계자도 "외래와 입원이 동시에 이뤄지는 수면 다원검사의 특성상, 기존 급여청구 전산시스템과 부딪치는 사안이 많다"면서 "분명한 점은 실손보험사가 보장성 강화로 불로소득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수면 다원검사를 위한 별도의 청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문제를 파악한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급여과(과장 정통령) 관계자는 "수면 다원검사 청구 시 입원명세서를 고시에 명시했다. 병원들의 민원 발생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 케어로 불리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이후 기존 보험상품을 고수 중인 대다수 실손보험사의 증가하는 불로소득 속에서 환자들과 실손보험사 사이 의료기관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