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환자로 살아오면서 인슐린 적정용량 및 올바른 주사법과 혈당관리에 대해 제대로 물어볼 수 있는 의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10살 때 소아당뇨를 진단받고 올해로 20년째 1형 당뇨환자로 살아온 한 환자는 얼마 전 기자에게 10대·20대를 거치는 동안 인슐린 펌프·다회인슐린요법 등 의사로부터 교육과 관리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1형 당뇨는 자가면역기전·바이러스·감염 등에 의해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생기는데 흔히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으로 불린다.
잘못된 식이습관이나 운동부족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많이 발생하는 2형 당뇨와는 발생원인뿐만 아니라 치료법까지도 다르기 때문에 진단초기 교육과 관리가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는 2형 당뇨에 비해 소수에 불과한 1형 당뇨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교육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일찍이 ‘1형 당뇨병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1형 당뇨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당뇨병 자체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병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거부감까지 겹쳐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형 당뇨환자들은 학교·직장생활에서 주위 시선 때문에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을 가장 힘들어하고 그만큼 혈당 조절도 잘 안 된다”며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들에게 점심 전 인슐린 주사를 맞도록 하는 게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최근 들어 1형 당뇨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1형 소아당뇨 아이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수입해 사용한 부모가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환자와 부모들이 환우회 카페나 SNS,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 또한 1형 당뇨 소모품 급여 확대 등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재현 교수는 이 같은 인식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1형 당뇨환자들이 올바른 인슐린 주사 교육을 받고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수 1형 당뇨환자들이 인슐린 주사법과 혈당관리를 교육받을 수 있는 의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것과 맞물려있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1형 당뇨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과거에는 의사들이 1형 당뇨에 관심이 없다고만 생각했다”며 “문제는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1형 당뇨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수가보전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형 당뇨환자는 인슐린 종류에 따라 그 효과와 작용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인슐린 주사 교육을 통해 본인에게 필요한 적정 주사용량을 선택하고 올바른 인슐린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환자에게 인슐린 주사 치료가 왜 필요한지부터 주사를 매일 다른 용량으로 다른 시간에 놓아야하는 것까지 이해시키고 실천에 옮기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할을 해야 할 의사들은 짧은 시간 내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료시스템에서 1형 당뇨환자를 위해 충분한 교육과 지속적인 관리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의사가 인슐린 주사 처방은 했지만 교육과 관리를 하지 않으면 환자 스스로 혈당 조절에 실패해 예후가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상당수 1형 당뇨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전문적인 교육과 관리를 받지 못한 채 혈당조절을 잘 하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 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 정보를 얻고 교육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실례로 인슐린 흡수를 저해하고 더 많은 인슐린 사용을 증가시키며 혈당가변성을 높이는 등 당뇨환자들의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지방비대증’(Lipohypertrophy)은 외국의 경우 관련 리뷰 논문이 발표되고 스킨 트러블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지방비대증을 알고 있는 환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의사들도 관심이 없다.
김재현 교수는 “현재 의료시스템에서는 1형 당뇨환자를 보면 병원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1형 당뇨환자를 진료하고 싶어도 관리료 등 수가보전이 안되기 때문에 환자 교육과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의사들이 1형 당뇨환자에게 열심히 혈당을 재도록 독려하고 적정용량의 인슐린 처방과 주사방법을 교육해 동기부여를 한다면 (환자 스스로)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수가를 통해 1형 당뇨환자를 보더라도 병원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의사들의 관심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