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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사람이다…폭력 행사 환자 진료거부 기회 줘야"

이창진
발행날짜: 2018-08-18 06:00:59

국회 토론회, 의료인 폭행방지 공감…복지부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 필요"

"응급실 전담 심장내과 전문의 7명이 환자들의 잦은 괴롭힘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당직을 돌아가며 하고, 간호사 4명은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정책부위원장(부천 세종병원 이사장)은 17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병원 응급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진 폭행 현실을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성남시 중원구, 보건복지위)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인 폭행 방지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좌장인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는 패널자 발표 후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례와 선진국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토론회를 원만하게 진행했다.
패널토의에서 박진식 정책부위원장은 "의사 뿐 아니라 약자인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의료현장 폭행으로 봐야 한다. 응급실 폭행과 모욕 등 의료진의 정신적 피해는 거의 매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의료인 폭행자의 가중처벌 강화와 반의사불벌죄 삭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인은 진료거부 금지 의무가 있다. 어제 폭행이나 위협적 행동을 하고 다음날 외래를 와도 진료해야 한다"면서 "오죽하면 응급실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진료하겠느냐. 폭행자를 다시 만나면 어린 간호사들이 손이 떨려 주사를 못 놓는다"며 의료현장 실상을 전했다.

박진식 정책부위원장은 "진료거부 금지 의무와 함께 의료진을 보호할 권한과 보호장치가 따라줘야 한다"며 의료인 폭행 방지책을 촉구했다.

앞서 의사협회 전성룡 법제이사(변호사)는 "오늘도 응급실 의료진 폭행이 발생한 것으로 전달받았다. 법 개정도 중요하나 법원의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성룡 이사는 여자 당직의사 폭행과 주취자 응급실 의사 폭행, 응급실 컴퓨터 등 기물 파손 등 일련의 사건을 열거하면서 "법원은 폭행자의 반성과 우발적 범행 등으로 판단해 벌금형으로 구형했다"고 전하고 "응급실 의료진 폭행은 공공 위해를 발생시키는 만큼 사법부가 양헝에 가중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도 응급실 의료인 폭행 방지에는 공감하나 처벌 강화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중요한 것은 응급실이라는 특수 상황과 의료진 폭행이 다른 환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공감할 때 제도 발전이 가능하다"면서 "법이 없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의료계와 법조계, 국회, 환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고도 이용환 변호사(의사)는 "폭력을 행사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의료법상 진료거부를 할 수 있다. 주취자의 경우, 정신과 협진을 통한 조치가 의학적으로 정당하고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전하고 "힘들어도 경찰에게 강력한 처벌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인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이용환 변호사는 "현 의료법(제12조)에 흠결이 있다.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의료행위를 하지 않은 의료인을 폭행해도 처벌할 수 없다"며 "응급의료법에 명시된 진료행위 방해한 경우와 동일하게 의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응급의료과 박재찬 과장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에게 폭행은 어떤 경우라도 허용되선 안 된다"면서 "버스 운전자 폭행 방지는 국민 인식에 자리 잡았다. 응급실도 동일하게 이용문화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아이가 아파 응급실에 가면 화가 나는 경우도 많다.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질문을 해도 답변해 줄 없는 상황이다. 중증환자 우선 치료 등 정보제공을 통해 왜 기다리는지 알려줘야 환자들의 불만이 조금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공동 노력을 제언했다.

박재찬 과장은 "주취자 폭행을 의사 개인 문제로 치부해 진술과 조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병원별 법무팀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한순간에 바꿀 수 없으나 노력이 합쳐지면 응급실 문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식 정책부위원장은 "병원 대부분이 직원들이 나서지만 피해당한 의료진이 일정부분 수고하지 않으면 수사 진행이 안 된다. 환자가 다급한 마음에 그랬으니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경찰의 말은 의료진에게 상처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 다음날이나 다음달 그 환자 다시 내원했을 때 적어도 한번 이상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의사도 사람이다. 2차 피해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 여야 의원들은 의료인 폭행 문제점을 공감하면서 폭행자의 강력한 처벌을 명문화한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다수 발의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