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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NMC 외상외과 의사들 집단 사직, 외상센터 빨간불

이창진
발행날짜: 2018-08-28 06:00:59

"비전 안 보인다" 5명 중 4명 중도 퇴사…복지부 중앙외상센터 육성방안 '무색'

중앙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의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대거 사직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전문의 5명 중 4명이 8월초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중도 퇴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4년 목표한국병원과 길병원, 단국대병원을 시작으로 올해 5월 의정부성모병원까지 11개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완료헸다.

국립중앙의료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외상센터 의료진 인력 현황. 외상외과 전문의들 4명의 집단 사직으로 현재 김영환 전문의 혼자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안동병원(경북)과 경북대병원(대구), 원광대병원(전북), 제주한라병원(제주), 경상대병원(경남)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서울) 등 개소를 준비 중인 병원을 합쳐 총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한 상태다.

이중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 지역 유일한 권역외상센터이며, 서울 원지동 신축 이전 이후 전국 권역외상센터를 총괄하는 중앙권역외상센터로 육성한다는 게 복지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권역외상센터는 속빈 강정인 실정이다.

그동안 전국 권역외상센터 컨트롤타워인 중앙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꿈을 키워온 외상외과 전문의 5명 중 1명을 제외한 4명 모두가 사직서를 던지고 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등으로 이동한 것이다.

타 병원으로 이동한 A 외과 전문의는 "중앙권역외상센터 일원으로 국내 외상체계 기틀을 잡고 외상 사망을 줄이겠다는 사명감은 시간이 갈수록 희석됐다"면서 "외상센터 진료환경과 여건이 부족한 것은 그렇다 쳐도 관료행정 중심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시스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병원 측에 외상센터 개선방안을 건의해도 2020년 원지동 이전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직서를 낸 의사들 모두 비전도 메리트도 없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외상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17개소 지정 현황. 국립중앙의료은 원지동 이전과 함께 중앙권역외상센터로 육성한다는 입장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긴급 채용 공고를 내고 외상외과 전문의 충원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외상센터 이종복 센터장(진료부원장, 비뇨기과)을 제외하면 사실상 김영환 외상외과 전문의 홀로 외상센터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의료원 한 보직자는 "사직서를 낸 외상외과 전문의들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9월 중 센터장을 외상외과 전문의로 발령하는 등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권역외상센터 외과계 별도팀 구성도 검토 중이다.

다른 보직자는 "외상센터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과계 진료과 별도 팀을 준비하고 있다. 외상외과 전문의 충원을 위해 의료원 안팎으로 노력 중으로 올해 1명, 내년 1명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외상 진료체계가 부족한 것은 일정부분 인정하나, 호봉제인 의료원 급여체계에서 외상외과 전문의 성과급 등 우수인력 유치를 노력을 병행했다"며 "복지부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현 원장은 “복지부와 외상외과 전문의 공백 관련 대책회의를 했고, 일정부분 외상센터 비전과 지원에 대한 약속도 받았다”면서 “의료원 내부 우선순위를 조정해 외상센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의료원 뿐 아니라 전국 권역외상센터는 현재 과도기로 보여진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중앙응급센터, 중앙외상센터, 중앙감염병센터 등의 구호가 아닌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을 원한다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도 당황스런 분위기다.

친문 인사로 알려진 정기현 원장은 외상외과 전문의 집단 사직의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마련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현 원장의 의료원 내 응급의료서비스 행사 인사말 모습.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권역외상센터로 육성한다는 복지부의 호언장담이 무안해진 셈이다.

응급의료과(과장 박재찬) 관계자는 "얼마 전 국립중앙의료원과 외상외과 의사들 사직서 제출 관련 대책회의를 했다. 의료원은 외상외과 의사들의 지속적 근무를 위해선 인센티브 등 뚜렷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국립공공의대 설립 후 교수직 정원 배정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으로 아직 이렇다 할 확실한 대안은 없다"고 토로했다.

권역외상센터 지정 관련 규정에 전문의 사직 등 의료인력 공백 발생 시 충원 기간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61일 안에 충원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도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권역외상센터 지정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전문의 충원 기한을 넘길 경우 권역외상센터 취소 여부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