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협의에서 원격의료는 여러 안건 중 하나였다. 참석자들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결론을 낸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불가피한 경우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최근 국회 본관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논란이 확산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법 추진 오해를 해명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당정청 논의 언론보도 이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원칙적으로 현행법상 허용되는 의사-의료인 간 원격협진 활성화를 중점 추진한다. 예외적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서벽지와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 국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에 대해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고, 기술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며 원격의료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그리고 여당 윤일규 의원 여기에 의약단체와 진보시민단체 등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복지부의 정책 방향 수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복지부의 입장 변경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능후 장관은 지난 7월말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벽오지와, 군부대, 원양어선, 교정시설 등 현 범위서 한다는 의미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점검해야 한다. 사례가 많아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시범사업을 해서 좋고 나쁨을 가려내야 한다"며 원격의료 발언 논란을 시급히 진화했다.
히지만 8월 16일 여야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대통령의 선한 원격의료 발언 이후 당정청 회의 그리고 복지부의 원격의료법 개정 입장까지 복지부 입장이 급변했다는 지적이다.
격오지 등 4가지 원격의료 필요…법 개정 설명자료는 개정안 상정에 따른 입장
이날 강도태 실장은 "장관의 발언은 현행법에 있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원격협진)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를 기본으로 하되, 격오지와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등 4가지는 제도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냐가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의료법 개정을 위해서는 당연히 국회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발화점인 당정청 회의에 참석했던 강도태 실장은 "당정청 회의는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소통하는 자리다. 원격의료는 여러 가지 논의 사항 중 하나였다. 누가 먼저 꺼냈다기보다 현안을 논의하다 보니 나온 것이다. 원격의료 관련 통일된 의견보다 여러 의견을 주고 받았고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에 따른 원격의료 추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강 실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복지부는 불가피한 경우 재택의료와 공공의료 강화 등과 함께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석한 오상윤 의료정보과장은 "보도설명자료를 낸 이유는 국회에서 절차적으로 유기준 의원(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원격의료 법안이 상정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갈 상황이라 복지부 입장을 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말했다.
원격의료 담당부서장인 그는 대통령의 '선한 원격의료' 발언 관련 "원격의료를 의료영리화로 보는 시각이 있어 그 것이 아니라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한다. 복지부가 써준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야당의 원격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취약지 외에도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만성질환자 등 전국 907만명에 해당하는 사실상 전국 대상이다.
강도태 실장은 "정부는 격오지 등 4가지 대상에 국한된 방향으로 정부안이나 의원입법을 협의 중에 있다"며 야당 개정안과 차이점을 명확히 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를 비롯한 의약단체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에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강도태 실장은 "원격의료는 재택의료와 왕진수가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면서 부족한 대상에 대해 제한적이 될 것"이라면서 "예전에도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의료산업화와 의료영리화 주장이 나왔으나 지금은 그런 방향이 아니다. 의약단체와 대화를 하고 의견을 듣겠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약업계 우려 사항인 원격의료 지역 약 택배 배송에 대해 "택배 배송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대상 지역이 특수지역이라도 일정정도 약은 비치하게 돼 있다. 현 시범사업도 약을 보건지소에 받는 것이다. 거동 불편자는 방문간호사나 공무원이 직접 전달하는 식이다. 이 범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허용이 대기업 배불리기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원격의료, 산업계 원해서 하는 것 아니다…약 택배 배송 생각 안 한다
강 실장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산업계 영향이 있겠지만 복지부는 국민건강만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건강과 보장성 강화 그리고 국민 의료비 부담 감소이다. 산업계에 필요해서 원격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도태 실장은 이어 "격오지 기준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보건지소가 미치는 영향이 힘든 곳 등 진짜 필요한 곳을 제한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격의료 대상도 경증이나 만성질환 정도일 것이다.이를 입법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논의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원격의료 예산(안)은 40억원 정도이다.
오상윤 과장은 "올해 원격의료 예산은 18억원이고 내년도는 40억원 조금 넘는다. 의료인 간 협진 모델만으로 편성돼 있다. 의사-환자 간 시범사업은 안하고 있다"고 말하고 "군부대는 의무병, 원양어선은 선박의료관리자, 교정시설은 부속의무기관, 벽오지는 마을회관에 장비를 놓고 보건진료소장이나 마을 이장을 코디네이터로 지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을이장 코디네이터 지정 방식…2015년 이후 의사-환자 시범사업 없었다"
오 과장은 "원격의료 논쟁으로 시범사업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2015년에 아주 제한적으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없었다"면서 "의원급보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위주로 한 것으로 안다. 보건소도 법령에서 의원급에 속한다"고 피력했다.
야당에서 집권당으로 상승한 더불어민주당의 달라진 원격의료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도태 실장은 "전임 정부와 현 정부의 원격의료 가장 큰 차이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한번 올라갔다 안전성과 유효성만 이야기 하다 끝났다. 여야 모두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복지부 기조는 국민건강 증진이나 의료비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보건의료계에서 그런 차원에서 좋은 의견을 주면 충분히 논의해서 우려 없는 상태로 원격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격의료 추진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는 만큼 협의하면서 할 것이다"라며 보건의료계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