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진입이 지체됐던 희귀난치성 질환인 '기면증' 치료제 시장에 신규 옵션의 처방권 경쟁이 주목된다.
2002년부터 이어온 프로비질정(모다피닐) 독점 시장에, 다른 이성질체를 주성분으로 사용한 누비질정(아모다피닐)의 등장은 꼭 15년여 만이다.
지금껏 치료 옵션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신구 처방 옵션 경쟁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하는 기면증 환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인 기면증과 관련한 과다 졸음 치료 분야 신규 처방 카드의 등장은, 작년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한독테바의 누비질정이 1년여 만에 급여권에 탑승하면서 본격화됐다.
작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누비질정(아모다피닐)은 올해 6월 1일자로 급여 등재된 후, 9월부터 150밀리그램 및 250밀리그램 등 두 가지 용량으로 본격 론칭작업을 시작한 상태.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비슷한 계열 기면증 관련 과다졸음 치료제는 단 두 가지로, 2002년 허가된 JW중외제약의 프로비질정과 프로비질의 제네릭 제품인 한미약품의 모다닐정이었다.
물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도 과다졸음 치료에 일부 처방되고 있지만, 처방 시장의 80%는 대부분 모다피닐 성분이 차지하고 있다.
관건은, 기존 모다피닐 성분 제제와 신규 아모다피닐 성분이 가지는 차별점이다.
복용법은 동일…다른 이성질체 사용, 약효 지속시간 개선 차별 카드
기면증 관련 치료제의 터줏대감 격인 모다피닐은 과다졸음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로 1998년 미 FDA 승인을 받아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여기서 신규 누비질정은 기면증 치료에 흔히 쓰이는 모다피닐 성분의 두 가지 이성질체인 R-모다피닐과 S-모다피닐 중 R-모다피닐에 속하는 아모다피닐을 주성분으로 한다.
이에 따라 3~4시간을 반감기로 하는 S-모다피닐과 비교해 R-모다피닐의 반감기는 10~15시간으로, 기존 모다피닐 약물 대비 약효 지속시간을 개선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모다피닐과 동일하게 하루 한 번 아침에 복용하지만, 약물 반감기가 더 길기 때문에 일상생활 유지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MS헬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2009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누비질정 복용 환자 5693명과 모다피닐 복용 환자 9212명의 진료 내역을 후향 분석한 결과, 누비질정의 일 평균 약물 복용량은 1.04로 모다피닐(1.47)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또 낮 동안에 깨어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각성유지검사(Maintenance of Wakefulness Test, 이하 MWT)에서도 누비질정 150mg/250mg 복용군의 수면잠복기는 기저치 대비 각각 1.3분, 2.6분이 늘어난 반면 위약군은 1.9분이 감소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9월 급여 론칭 후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클리닉을 중심으로 약품코드 작업과 함께 처방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한편 기면증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 인데, 주로 낮 동안의 졸음 증상을 줄이려면 각성제를 사용하고 탈력발작, 수면 마비 등은 항우울제 계열을 사용한다.
국내 유병률은 0.002~0.18%에 불과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