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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든 '괴물', 표류하는 제주 녹지국제병원

황병우
발행날짜: 2018-10-22 12:00:59

국내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 vs '비영리법인 전환' 갈림길 혼란

정부 협의로 만들어진 제주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이 사실상 개설허가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과 아직 모른다는 시선이 교차하며 표류하는 모습이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넓은 부지에 단독으로 위치한 병원이 하나 있다.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잘 알려진 '녹지병원'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녹지병원의 최종 개원허가 여부 결정 시점에 대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직접 녹지병원이 위치한 제주헬스케어타운을 찾았다.

녹지병원은 최근 개원허가 문제로 뜨거운 감자지만 외부의 시끄러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병원 주변은 '정적'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병원 개원허가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평일 일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니는 차량도, 사람도 쉽게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녹지병원 전경 모습. 병원 직원은 병원내 의료기기 세팅도 완료된 상태로 내일이라도 진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병원을 방문한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굳게 잠겨있는 문. 외부인의 출입을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정문과 후문 모두 문을 잠근 후 자물쇠로 한 번 더 문을 걸어 잠갔다.

후문의 경우 건물 안쪽은 의자로, 건물 바깥쪽은 모래주머니로 문을 막아놔 최근에 이 출입문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녹지병원 출입구 앞에 모래주머니와 의자로 문을 막아놓은 모습.

또한 건물 안쪽을 쉽게 볼 수 없도록 1층 내부 대부분을 블라인드로 가려놨지만, 출입문을 통해 내부를 살펴봤을 때는 병원보다는 큰 컨벤션홀에 가까웠다.

기자가 유일하게 내부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후문에 위치한 점자 안내판. 점자안내판은 지하 1층부터 2상 3층까지 어떻게 구성이 돼 있는지와 함께 1층의 건물구조도가 명시돼 있었다.

점자안내판을 살펴보면 지하1층은 행정사무실, 세미나실, 컨벤션홀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1층 수술실, 시술실, 피부 관리실 △내시경 등 각종 검사실 △병실 순으로 위치하고 있다.
(왼쪽부터)병원 건물 내 유일하게 불이켜진 곳. 직원들은 유일하게 열린 저 문을 통해서만 출입을 하고 있다.

특히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1층에 위치한 피부 관리실로 기본 피부 관리실 이외에 VIP피부 관리실, VIP상담실, VIP대기실을 따로 마련해 기존의 비영리법인 병원과 다른 풍경이 있다.

병원 문도 잠겨있고, 내부 불도 꺼져있고 그렇다면 정말로 병원 내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 없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찰나 병원 한쪽 조그만 문을 통해 직원이 드나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녹지병원은 병원인력으로 의사 9명, 간호사 28명, 국제의료 코디네이터 18명 등의 직원의 채용을 마친 상태다.

또 녹지병원은 2만 8163㎡ 부지에 지상 3층·지하 1층(연면적 1만 8223㎡) 규모로 세워졌지만 넓은 부지 위에 방치돼 있는 상황.
병원 내부를 설명하는 점자안내판. VIP피부관리실, 상담실 등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기자가 만난 녹지병원의 직원들은 개원허가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녹지병원 A직원은 "이미 작년에 건물이 완공되고 장비까지 세팅이 된 상태에서 기다림이 길어져서 그런지 특별한 생각은 없다"며 "내일이라도 허가만 떨어지면 진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인데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녹지병원 개원 사실상 물 건너갔다" vs "그래도 아직은..."

현재 녹지병원 개원은 최근 공론조사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로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최종 설문조사에서 제주도민 참여 배심원단 180명 중 △개설허가 반대 58.9%(106명) △개설허가 찬성 38.9%(70명) △판단유보 2.2%(4명) 동으로 반대가 과반이상 나왔다.

이와 함께 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도에 제출하는 권고문에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녹지국제병원 고용자들 일자리와 관련해 제주도 차원에서 정책적 배려 검토 등의 의견을 제출했다.

조사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대한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녹지병원의 개원은 어렵지 않겠냐는 일부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

반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CD) 등 녹지병원 관계자들은 개원 승인과 관련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기영 JCD 의료산업처장은 "원래 복지부가 녹지병원을 승인할 때도 비급여 진료과목에 대해서만 허가를 해줘서 피부과, 성형외과, 건강검진센터 등에 초점을 맞춰 기획이 된 것"이라며 "아무래도 일반적인 병원과는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전환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녹지병원 앞에는 숙박시설을 짓고 있는데 이 건물은 병원과 연계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녹지병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관광객이 오면 환자는 병원에 머물지만 남은 가족들은 병원 앞에서 숙박을 하며 관광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녹지병원 전경. 최종적으로 개원허가 여부 결정을 내려야하는 제주도청 또한 지금으로선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 때문에 단순히 녹지병원을 비영리법인 전환하거나 국공립 병원으로 전환하는 대안의 실행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김 처장의 의견이다.

실제 현재 녹지병원을 기준으로 대각선으로 50m 가량 떨어져 있는 건물은 개원허가 결정 여부의 영향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기자가 병원을 방문한 이틀 동안 공사가 중단된 채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녹지병원 근처에 위치한 건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개원허가 칼자루 쥔 제주도청 깊어지는 고민"

개원허가 칼자루를 쥔 제주도청은 여전히 이렇다 할 답 없이 1년 가까이 개설허가를 미루고 있다.

제주도청 보건건강위생과 관계자는 "지역주민, 녹지재단, 채용된 직원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 도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조사위원회 권고안을 중심으로 협의 중이고 빠른 결정을 내기 위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선 녹지병원의 개원허가 방향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다는 것.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고 도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가 다 같이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