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혈당측정기(CGMS)를 수입해 사용하다 검찰 조사를 받은 소아당뇨 환아 부모의 사연이 알려진 후 대통령까지 나서서 1형 당뇨환자 지원을 약속하면서 정부가 관련 소모품·장비 급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인 센서에 대한 급여 세부기준을 마련 중이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인슐린 펌프·CGMS 장비 급여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간 2형 당뇨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 1형 당뇨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가 급여 확대로 1형 당뇨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나선 점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하는 1형 당뇨환자를 제대로 관리·교육하는 의료시스템이 부재한 현실에서 과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지속가능한 정책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서다.
실제로 1형 당뇨환자들은 인슐린 적정용량 및 올바른 주사법과 저혈당 등 혈당관리에 대해 상세히 교육받을 수 있는 병원과 의사를 찾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의료진 또한 수가보전 없이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교육하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자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당뇨교실 구민정 간호사를 만나 의료현장에서 1형 당뇨환자 교육시스템이 부재한 이유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는 소아당뇨 교육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20년차 베테랑 간호사다.
2000년 9월 개설된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당뇨교실은 의사·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뤄 연간 600~700명의 소아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 및 상담·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 소아당뇨교실에서는 어떻게 소아당뇨환자들을 교육하고 있을까.
구민정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중 소아당뇨교실을 운영하면서 20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온 의사·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꾸려 1형 당뇨환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거의 유일한 의료기관"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에서 소아당뇨로 진단받은 환자는 입원 후 5일간 커리큘럼에 따라 의사·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로부터 인슐린 주사방법, 적정 주사용량 선택, 혈당조절, 식단관리, 사회·심리적 상담 등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의사·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가 팀을 꾸려 소아당뇨 교육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의사가 1형 당뇨를 진단하고 인슐린 주사제를 처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올바른 인슐린 주사방법·용량조절 및 인슐린 단위별 식단관리는 물론 활동량·컨디션 등에 따른 급격한 혈당 변화 시 대처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간호사와 영양사의 교육 또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현행 당뇨병 교육비(수가)와 관련이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당뇨교실에서 인정비급여로 받고 있는 당뇨병 교육비는 환자 당 대략 10만원.
이는 현행 고시에 따라 의사·간호사·영양사가 참여해 5일간 커리큘럼에 따른 교육을 수행하고 환자가 모든 교육을 이수했을 때 받을 수 있다.
구 간호사는 "의사를 제외하더라도 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를 투입하고 벌어들이는 소아당뇨교실 수익은 연간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입원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은 소아당뇨 환자·보호자가 외래 진료 후 수시로 소아당뇨교실을 찾기 때문에 그때마다 상담과 교육을 해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은 현행 교육비에 산정이 안 돼 있기 때문에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과 모 재단 지원이 있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아당뇨교실을 운영할 수 있지만 여타 병원들은 의사·간호사·영양사 등 팀을 꾸려 소아당뇨 환자를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1형 당뇨환자들이 충분한 상담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병원과 의사를 찾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환자 수도 적을뿐더러 수가 보전조차 미비한 상황에서 의사·간호사·영양사를 투입해 소아당뇨교실을 개설하고 1형 당뇨환자를 교육하는 병원 의료시스템 부재는 어쩌면 당연한 일.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대병원 소아당뇨교실에서 입원교육을 받고 퇴원 후 거주지 인근병원을 이용했던 소아당뇨 환아가 다시 서울대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구민정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에서 입원교육을 받은 환자는 혈당 변화 또는 식단에 맞는 인슐린 용량을 몇 단위로 주사할지 결정하고, 또 혈당 조절이 안 될 때 어떻게 조정할지 충분한 교육을 받고 퇴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환자가 소아당뇨교실은 물론 혈당관리 방법을 교육하는 간호사·영양사가 없는 거주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면 의사로부터 인슐린 주사제를 처방받아 주사하는 등 제한적인 관리만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병원에서 아무리 충분한 교육을 받고 가더라도 거주지 병원을 다니는 동안 혈당관리 교육 연속성이 떨어지거나 단절될 수밖에 없다"고 한계성을 지적했다.
소아당뇨를 전문적으로 관리·교육할 수 있는 병원이 일부에 불과한 현실에서 환아 부모들은 답답한 나머지 1형 당뇨 카페 등 인터넷 정보에 의존해왔다.
가령 환아 부모들은 인슐린 펌프에 연속혈당측정기를 연결해 24시간 아이의 혈당변화를 모니터링 한다.
이를 통해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 용량을 조금 늘려주거나 반대로 낮으면 간식을 먹여 적정혈당으로 올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소아당뇨 환아가 어릴 때는 부모가 곁에서 24시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연령대가 되면 결국 자가 혈당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혈당조절이 잘 되고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아당뇨 환자가 스스로 어떻게 혈당을 조절하고 관리·대처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근본적인 교육이 선행돼야하는 이유다.
구 간호사는 "소아당뇨 공청회나 토론회를 가보면 일부 부모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고 정부가 급여를 해주면 의료진 없이도 알아서 아이의 혈당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더불어 "정부 또한 오롯이 급여 확대에만 생각이 머물러 있다"며 "소아당뇨 환자를 관리하고 교육하는 의료시스템이 부재한 현실에서 단순히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정책적 효과를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소아당뇨 환자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고 그 역할은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표준화된 소아당뇨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충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수가를 현실화하거나 급여화 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접근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