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의료용 산소의 부당청구 기획현지조사를 이달 중 전격 실시할 것으로 보여 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소 청구 실태조사를 위한 의료기관 선정 막바지 단계로, 이번주 중 병원급 20~30곳을 대상으로 기획현지조사 통지서를 발송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월 하반기 건강보험 기획현지조사 사전 공표를 통해 의료기관 20~30곳을 대상으로 내시경 세척과 소독료 그리고 산소 청구를 대상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조사를 마친 내시경 세척과 소독료 항목은 현재 심사평가원에서 조사내용 분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소 청구의 경우, 의료용 고압가스(산소)는 상한금액 범위 내에서 요양기관이 실제 구입한 금액으로 청구해야 하나, 많은 요양기관이 상한금액으로 청구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 시각이다.
실제로 요양기관의 약 93%가 산소 상한금액(10원/10L)으로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용 산소는 인체에 직접 투입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제조 및 품질관리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요양기관 관리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의 조사항목 선정 이유다.
최근 건강보험 선정심의위원회는 산소 치료의 특성을 감안해 의원급을 제외하는 대신 병원급만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산소 청구자료를 분석해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중소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20~30곳에 대한 기획현지조사 방침을 정했다.
보험평가과(과장 홍정기) 관계자는 "선정심의위원회에서 산소 치료 기획현지조사를 병원급에 집중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병원급 산소청구 조사 대상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6개월을 기준으로 의료용 산소 구입액과 청구액을 집중 조사한다. 산소 청구 외에 조사범위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
영남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10리터에 10원에 불과한 저가인 산소 청구를 현지조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털면 먼지 없는 의료기관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급여기준을 들이대며 수 많은 청구 자료를 현미경 조사하면 병원도 모르는 사항도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권 병원 담당자는 "상급종합병원 규모별 차이가 있겠지만 산소 청구는 연간 1억원 내외로 설사 착오청구나 부당청구를 했더라도 전체 급여비 대비 비중이 낮아 환수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문제는 복지부와 심평원 직원들이 병원에 상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가뜩이나 바쁜 연말 현지조사 자료 요구를 하면 다른 업무는 거의 올 스톱이라고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엄격한 원칙에 의해 기획현지조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처벌 중심이 아니라 과거 구입액 대신 상한액 중심으로 청구한 잘못된 관행과 패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청구 데이터를 중심으로 조사대상 의료기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참고로, 현지조사 결과 부당청구가 확인되면 부당이득 환수와 월 평균 부당금액 및 부당비율에 따른 업무정지 처분 또는 과징금 부과 그리고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적발 시 해당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 등 복지부가 사용할 의료기관과 의료인 제재 카드는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