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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투명인간으로 전락한 간호조무사, 범인은 의료법"

황병우
발행날짜: 2018-11-14 12:16:30

간호조무사 열명 중 여섯 명 최저임금 이하 "역할 재정립·수가 책정 등 정책 개선 시급"

"간호조무사들의 처우는 아직도 열악한 수준 이다. 그 이유는 간호조무사를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의료법에 있다."

최근 간호조무사(이하 간무사)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실태조사가 발표된 가운데 사용자단체가 저 수가 등 정책적 개선 없이는 간무사 근로환경 개선 또한 어렵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 이하 간무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과 공동주최로 열린 '2018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간무협은 '2018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결과를 통해 응답자(5803명) 중 절반 이상인 61.8%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82.6%((4760명)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는 경우는 27.5%(1585명)로 나타났고,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경우는 17.4%(1005명)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김병관 미래정책 부위원장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간무사가 병동 간호인력으로서의 수가보전이 없기 때문에 속된 표현으로 투명인간이 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일부 보전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도 간호인력의 절대부족으로 구인난이 발생해 간무사 직능에 관심을 돌리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즉, 병원이 정해진 수가체계에서 수지균형을 위해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수가가 없는 간무사 인력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이어 "같은 근무시간, 같은 환자에 각기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도 직역에 따라 수가에 포함되거나 반대로 아예 접근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며 "간무사의 의료행위 범위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간무협이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사용자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현 수가체계에서 간무사 근로환경 개선의 한계를 강조했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무사의 업무는 매우 한정돼 있고 간무사를 고용해 수입의 도움이 되는가를 봤을 때도 거의 없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간무사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현실적, 법적으로 규정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간무협이 간무사의 영역 확대를 위해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직능범위를 새롭게 정의하지 않는다면 간무사의 권한이나 업무개선은 요원하다는 것이 성 정책이사의 의견.

성 정책이사는 이어 "궁극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복지향상은 의사든 간무사든 수가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간무협이 의협, 병협과 함께 정부와 국민을 향해 제도적 개선을 주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 병협 김병관 미래정책 부위원장,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

"정부지원 간무사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 통해 정책 반영 고려"

정부는 간무사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실태조사를 통해 장‧단기 정책 방향 제시를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작년 국회예산심의 과정 중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사연에서 정부 예산 1억이 배정돼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 연구결과가 나오게 되면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되고 대안들이 입법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곽 과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의료기관 내 이뤄지는 처우개선과 관련된 기본법 역할을 할 규정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가 또한 3차 상대가치 개편 시 인력부분이 강화 될 것이고 오늘 나온 이야기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