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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폐기물 처리 대책은 전형적 탁상공론

정성균
발행날짜: 2018-11-26 12:00:41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최근 의료폐기물 수거업체에서 의료폐기물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의료폐기물 처리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정부는 감염성이 있는 의료폐기물에 대해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의료폐기물의 발생량 증가에 대비하여 의료기관에서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분리배출을 엄격히 하도록 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관련법령을 개정하여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된 일회용 기저귀 중 설사, 구토, 혈변 등 감염병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 등에서 발생되는 일회용 기저귀가 아닌 경우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한편, 소각시설의 장애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일반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의료폐기물 처리 허용에 관한 입법화를 추진한바 있다.

그러나 의료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방안으로 분리배출 강화나, 요양시설의 기저귀에 한해 일반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처리를 허용하는 정책만으로는 그 한계점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에서는 폐기물의 중간처리가 원활하지 못한 사고가 기습적으로 발생한 특별한 상황에서 타 소각시설의 확보, 관할 환경관서장의 승인, 관계 공무원의 입회 등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여 의료폐기물의 일반소각시설 소각을 허용하고자 하는데, 의료폐기물은 보관기간이 짧아 정부 개정안처럼 시행하는 것은 시간적 제약 등으로 현실적인 처리 대안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의료폐기물의 급증이 명백히 예견되고 소각시설의 처리능력 한계를 감안하여 일반 의료폐기물의 경우 소각시설의 장애, 처리용량의 한계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닌 경우라도 일반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상시 처리를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둘째, 현행「폐기물관리법」은 의료폐기물을 성상 및 위해특성 등에 따라 격리의료폐기물, 위해의료폐기물, 일반의료폐기물로 대분류하며, 이 중 위해의료폐기물을 조직물류폐기물, 병리계폐기물, 손상성폐기물, 생물·화학폐기물, 혈액오염폐기물로 소분류하고 있는데, 실제 의료기관에서는 이러한 분류기준이 복잡하고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하여 의료폐기물 분류기준을 작업 환경상 인체 감염의 위해성, 작업 편리성, 전용용기 및 처리 방법 유사성 등을 고려해 통합·단순화하여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의료폐기물 중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기저귀에 대해서는 일반폐기물로 처리를 허용하고 있는 데 반해, 의료기관에서 감염병 전파의 우려가 없는 일반환자의 기저귀는 단지 병원에서 배출됐다는 이유로 가정이나 노인요양시설에서 배출되는 기저귀와 달리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이며, 비용 낭비이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일본, 미국 등의 해외 선진국에서는 의료폐기물을 MSW(도시고형폐기물) 소각시설, 산업폐기물 소각시설 등에서 소각을 허용하고 있고,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소각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하여 합리적 수준에서 의료기관에서 배출하는 기저귀 등 의료폐기물에 대해서도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 소각 허용을 확대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관계 당국에서 감염관리 대책 강화로 인하여 의료폐기물은 매년 급증추세가 예견되나, 이를 위탁 처리하는 소각시설은 13개소에 불과하여 소각시설의 법적 처리용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시도에서는 소각시설이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2차 감염의 우려가 있다. 그래서 해외 선진국들은 의료폐기물의 장기 이동에 따른 감염을 막기 위한 장거리 이동 제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나 병원내 멸균시설 확충을 허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추가적인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할 때 지역주민들의 설치 반대 등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폐기물의 급증에 비해 소각시설 부족,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소각방식의 차이점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고, 어떤 정책이 국민건강 보호와 환경보존을 위한 정책인지를 비교형량하여 합리적 수준에서 완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본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