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지속되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요구에 대해 의료기관 규제로 해결해선 안 된다며 강력 주장했다.
보험사에서 청구간소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미협조로 청구간소화가 어렵다고 치부해선 안 된다는 것.
국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비자와함께,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과 함께 '의료소비자편익증진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고용진 의원은 지난 9월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전산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표의했으나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나종연 교수는 실손보험의 복잡한 청구과정을 지적했다.
나 교수는 "보험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보장받는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청구서류를 준비하고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청구과정 자체가 복잡하다"며 "병원 또한 보험청구 안내와 서류발행 업무 부담이 있고 보험사도 청구서류 검증 등에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소비자는 청구방법 불편으로 인해 소액청구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병원과 보험사는 각각 서류발행 비용청구와 청구불편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 병원, 보험사 모두 복잡한 실손보험의 청구과정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구과정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것.
나 교수는 "현재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합성어)의 발달로 이미 청구과정의 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보험금 청구 주체, 전산화의 현실적 문제 등의 논의를 통해 궁극적으론 청구과정의 간소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청구간소화가 의료기관의 서류전송 이전에 보험사 시스템으로 충분이 해결이 가능하다며 반박했다.
이 총무이사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의 제일 좋은 방법은 소비자가 영수증을 제출했을 때 보험사에서 돈을 주고 과도한 청구가 있으면 그때 보험사가 서류제출을 요구하면 된다"며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보험사가 돈, 시간 등을 이유로 전산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가령 보험사에서 의료기관의 영수증 하나만으로 서로 믿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소비자가 온갖 증명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고 청구과정 자체도 간소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 총무이사는 "최근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법률안 또한 자동차보험 심사업무의 사례를 봤을 때 오히려 잦은 삭감 등으로 국민들이 충분한 진료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공권력의 개입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이 침해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보험사 불신의 벽 높다…협의체 통해 해결방안 찾겠다"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소비자, 보험사, 의료계의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정부는 협의체를 통한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고형우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청구 간소화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보험사 서류 표준화, 국민 개인정보 공감대 형성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 의협, 병협, 보험사 등이 참여한 협의체가 구성 중으로 논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회 하주식 보험과장은 "협의체 논의를 하다보면 서로 간에 오해나 불신의 벽이 상당히 높아 오해를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오해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의료계와 보험사가 있지만 국민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