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을 맞아 본인이 작성하는 사전의료 의향서와, 의사와 환자가 함게 작성하는 연명의료 계획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본인의 의사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명의료계획서에 근거한 연명의료 결정 이행이 낮게 나타났기 때문.
환자단체는 7일 논평을 통해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한 연명의료결정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고, 환자 본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성숙한 임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웰다잉(Well-Dying)법·존엄사법 등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월 4일 시행 1주년을 맞았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생전에 건강할 때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수는 11만5259명이며 의사가 환자 본인의 의사를 물어서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1만6366명이다.
환자단체는 "사전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수 실적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성적표 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며 "그러나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된 사전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수는 290개에 불과하고, 이 중 의료기관 수는 173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명의료결정 이행을 위한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 설치율도 낮게 나타났다.
전체 3337개 대상 의료기관 중 윤리위원회 등록기관은 5%(168개)에 불과했으며, 상급종합병원 다음으로 임종기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요양병원의 경우 1526개 대상 의료기관 중에서 22개(1.4%)만이 윤리위원회 등록기관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명의료결정법에 규정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지난 1년 간 연명의료결정을 이행한 임종기 환자는 총 3만6224명이었으며, 이 중 사전의료의향서에 근거한 경우는 293명(0.8%), 연명의료계획서에 근거한 경우는 1만1404명(31.5%)이었다.
이밖에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에 의한 경우가 1만1529명(31.8%),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 경우는 1만2998명(35.9%)으로 나타났다.
환자단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한 연명의료 결정 이행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한다"며 "법 시행 초기임을 고려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근거한 경우가 적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연명의료계획서'에 근거한 경우의 비중이 낮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가 없어서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되는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에 의한 경우(31.8%)와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 경우(35.9%)가 총 67.7%로 전체 연명의료결정 이행 규모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게 환자단체의 설명이다.
환자단체는 "만일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보상에 적다면 정부가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생명 경시 풍조 조장을 막기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 남용 방지책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