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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신질환자이고 누구를 입원시켜야 하나"

황병우
발행날짜: 2019-02-20 12:00:59

정신질환자 개념 축소에 환자 판단기준 모호…"합법·불법조차 구분 못 해" 의료진 하소연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후 시행 이전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시행 이후에도 현장은 많은 혼란이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부 개정돼 시행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혼란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강현구 이사(성지병원 정신강의학과)는 최근 열린 봉직의사를 위한 실전 법률 강좌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달라진 봉직환경'을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강 이사가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정신질환자의 개념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로 축소된 점.

개념축소에 따라 알코올 등 물질의존‧남용질환과 같이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그밖에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 판단 유무가 불확실해졌다는 것.

강 이사는 "법 개정이후 알코올중독 환자 등에 대해 자의, 동의 외에는 입원이 불가하다고 사전공지를 하는 곳까지 있었다"며 "2018년에는 입원적합성심사에 문제가 없어 알코올환자도 이전처럼 입원시키지만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강 이사는 대면진단 시 정신질환자 구분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현재 응급입원을 제외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진단에 의하지 않고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 등을 시킬 수 없게 돼있다.(법 제68조 제1항)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강현구 이사
그는 "현재 법 개정으로 의학적 정신질환이 무엇이고,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질환자가 누구인지 대답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며 "복지부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입원을 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개념을 물어봐도 애매모호한 답변을 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퇴원의사 확인 등과 관련된 기록의무를 강화해 위반 시 벌칠 1년이 하의 징역 또는 1000 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여하게 됐지만 이를 확인하는 부서별로 해석이 중구난방이라고 밝혔다.

가령, 퇴원의사 확인, 퇴원거부사유 등의 서류에 대해 ▲A보건소-환자 동의서류 ▲B구 정신건강센터-환자동의서류‧주치의확인오더 ▲D군 군청-환자동의서류‧의무기록추가 등 확인하는 곳도 다양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서류도 제각각 이라는 것.

강 이사는 "벌칙 조항이 강화돼 자칫 의사면허정지까지 될 수 있지만 이를 해석하는 기관별로 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이사는 보호의무자 순위를 '부양의무자‧후견인'에서 '후견인‧부양의무자'로 변경했지만 실제로 후견인 입원케이스를 보기 어려운 점과, 후견인선정 과정의 번거로움의 과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강 이사는 고 임세원 교수사건 이후 새로운 개정법 논의 등 현재의 혼란 속에서도 미래 예측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개정법이 바뀐 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또 새로운 개정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봉직환경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법진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법 개정 과정에서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 집단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법에 대해 같이 근무하는 또는 다른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과 케이스를 나누고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