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전문의 취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래도 전문의는 따야지'라는 큰 흐름 속에 '굳이 전문의를 따야 하나'라는 물음표를 붙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 선배 의사들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당연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젊은 의사들은 팍팍해진 의료계 현실 속 전문의 취득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중현 회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전시형 회장 등을 초청해 '젊은의사 열린 대담'을 진행했다.
각 회장은 현재의 견고한 의료교육과정 속에서 빠르게 변하는 의료지형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수련과정 개편 등을 통한 다양한 진로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의사 전문의 취득 시각 변화 어떻게 체감하나?
이승우 회장: 전문의 자격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이미 수련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전문의를 고생해서 취득해도 과연 나중에 내가 배운 기술이나 의술을 다 활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함께 이런 부분 때문에 전문의를 따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조중현 회장: 맞다. 주변에 동료들은 아마 모두 공감하는 부분일 것 같다. 어느 특정 전문과목을 선택하고 전문의를 취득하더라도 전문의로서 역량을 다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일부 상급종합병원, 대형병원에 한정돼 있다. 개원 후 가벼운 질환들 보게 되면 일련의 수련 과정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전시형 회장:공감한다. 의과대학내에서도 변화가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다른 학교에서 전공을 하고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 외에 스타트업, 유튜브 채널, 신의료기술 등을 시도하는 친구들을 봤다. 결국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조중현 회장: 주변을 살펴보면 의과대학 졸업하고 20대 후반 그 이상 나이가 있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고 전문의 취득 시각 변화에는 그런 요인들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래도 아직은…전문의 취득 외면 어렵다"
조중현 회장: 그래도 우리나라 의사 80% 이상이 전문의 과정을 밟았고, 지금도 밟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인 분위기가 '전문의가 아니면 의사로서 역량을 다할 수 있는가' 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직까진 당연히 전문의 취득이 일반적이다. 수련을 받고 나왔을 때의 문제는 다른 문제로 보인다.
전시형 회장: 개인적으로 의대생이 기존의 선배들을 따라가면서 전문의를 바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과 별개로 일단 전문의 취득하는 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관점이다.
결국 의대생이 전문의 취득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그래서 전문의 취득을 안 하는 시각 변화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다.
이승우 회장: 의료계 내에서 다름을 인정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분위기이다. '전문의 따지 않아도 괜찮겠어?'라고 오히려 반문하는 상황에 전문의 취득을 포기하는 용기를 낼 수 없다면 전문의 취득과정에서 내가 나중에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수련과정을 확립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청년 미래고민 사회풍토 우리도 예외 아니다
조중현 회장: 청년실업, 미래 진로고민 같은 사회적 풍토에서 젋은 의사도 같은 고민이 당연히 있다. 의료현장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AI 도입을 통한 일자리 감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지만 영상파트, 병리파트만 보더라도 전문가적 영역에서는 직격탄이고 이에 대한 의료형태의 변화 등 불안감이 조성되는 부분이 있다.
이승우 회장: 이전에는 힘든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하면 갈 곳이 많았다. 하지만 선배 의사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이전같이 않다', '어렵다'고 한다. 수련과정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전시형 회장: 미래 진로와 관련해 의대생으로서 안타까운 점은 빠르게 변하는 의료지형을 체감하고 대응하기에는 교육제도가 너무 견고하다. 물론 배워야 할 게 많고 빽빽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의료지형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교육하는 게 역부족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변하는 지형에 맞춰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다른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만 자생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은 아쉽다.
조중현 회장: 전 회장의 말에 공감한다. 의과대학 의학평가위원 교수님께 보건에 대한 교육을 의과대학 과정에 넣으면 좋지 않을까 질문했지만 교육과정이 너무 견고하게 짜여 있어 무언가를 추가하고 빼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젊은 의사)3개 단체가 함께 젊은 의사의 진로를 위해 수련과정을 총체적으로 어디를 강화시키고 시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전시형 회장: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의학교육 패러다임이 신의료기술 등 무언가 추가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덜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다. 즉, 어느 정도는 학생에 자율권을 맡겨 스스로 공부하고 확인하는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젊은 의사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한다면 다양한 진로를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이승우 회장: 어쩌면 그 고민 중 하나가 입원전담전문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개원패러다임에서 병원이 의사를 조금만 뽑았다면 이제는 병원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입원전담전문의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중현 회장: 그와 같은 형태로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속 의사 역할도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건사업 확대에 발맞춰 의사들이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우리의 역할을 만들어가면서 고민의 해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