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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자이가 바라보는 헬스케어 "환자 사회화"

원종혁
발행날짜: 2019-03-13 05:30:30

다국적제약사 CEO 신년대담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 "성과 주체 직원, 국내 인력감원 계획 없어"

"ERP의 효용성에는 회의적이다. 국내에서 인력 감원정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

최근 다국적제약기업들의 사업부 조정과 조직개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는 '내부 결속력이 강한 단단한 회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에 분명한 뜻을 밝혔다.

고 대표는 "개인적으로 희망퇴직프로그램(ERP) 진행 사례를 봤을 때 주로 유능한 인재들이 퇴사해 이직하는 상황을 많이 경험했다"며 "직원들을 줄이기 보다는 직원 규모를 유지한 채 직원들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소통과 서포터의 역할을 강조한 그는 "휴먼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도전과 혁신은 당면과제지만, 무엇보다 올바른 서비스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고객에게까지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1941년 일본 도쿄에서 위생재료를 만드는 회사로 첫 발을 뗀 에자이제약.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고, 80여 개국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채결해 활발한 비즈니스를 진행해오고 있다.

약 1만 5천명의 임직원을 둔 전 세계 40위권 규모의 제약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에자이는, 치매나 뇌전증 등의 중추신경계(CNS) 및 표적 항암제 영역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을 보유한 회사기도 하다.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치매치료제 '아리셉트'부터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할라벤' 혈액암 치료제 '심벤다' 그리고 작년 간암 적응증을 추가한 갑상선암 표적치료제 '렌비마'까지.

이미 리딩품목이 존재하는 시장에 혁신신약을 내놓거나, 관심 부족으로 치료적 대안이 부족한 분야에 유독 도전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고홍병 대표는 "기업은 매년 생존하는 것이 목표고 작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에자이의 중장기 목표인 'EWAY2025'에 따라 에자이의 주력 분야는 여전히 CNS와 항암제 두 가지 영역이며 제품 포트폴리오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기업에는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도 관건"이라며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닌 환자와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기업 이념을 설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라고 밝혔다.

중간관리자 역할 중요…"환자와 동참하는 사회화 필요"

최근엔 임직원들의 성과 향상을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사업 성과 및 환자와 가족에 대한 기여 등 모든 것들의 주체는 결국 직원들"이라며 "직원이 회사에 만족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성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무엇보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해 휴가 제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상사의 승인 없이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연차 승인 시스템을 없앴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5년 단위로 장기 근속자에겐 안식 휴가와 여행 경비를 제공하는 상황. 이렇게 재충전하고 온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고 성과도 오히려 더 좋게 나타난다는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고홍병 대표는 "사회화란 개념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활동"이라며 "일반적으로 니즈라고 하면 흔히들 충족되지 않는 언맷 니즈(Unmet Needs)를 뜻하지만 에자이가 말하는 니즈란 당사자도 깨닫지 못하는 문제를 말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휴먼헬스케어의 실현 통로로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에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고 대표는 "이를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하는데 환자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암묵지를 발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직원들에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트레이닝 및 워크샵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으로 전했다.

다음은 고홍병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올해 주력 품목은 무엇인가?

고홍병 대표-1998년도에 국내 출시한 '아리셉트'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치매치료제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출시 당시 치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사업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치매를 주요 사업 과제로 삼을 만큼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어 비즈니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에자이의 주력 품목 중 하나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항암제 분야에는 크게 3가지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할라벤' 혈액암 치료제 '심벤다' 갑상선암 치료제 '렌비마'로, 렌비마는 최근에 간암 적응증을 취득해서 보험 약가와 기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항후 기대되는 품목으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하는 치매 치료제가 몇 가지 있는데, 현재 3상을 하고 있거나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치료제들이 출시 된다면 향후 에자이의 주력 제품으로 회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중추신경계와 항암제 이외 성과를 기대하는 분야는?

-여러 가지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 중인데, 이 프로젝트들이 자리를 잡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리빙랩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외에 휴먼헬스케어(hhc)로 도출된 아이디어들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에자이에서는 매년 혁신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내에 모인 아이디어들은 내부 심사를 통해 선별, Task Force를 통해 3개월 간 지원을 한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2년간 회사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현재 2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이 프로젝트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Q. 실제 상용화를 저울질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나?

-첫 번째는 '에리치(Ericchi)'이다. 국내 요양 보호사의 처우나 서비스가 아직까지 굉장히 제한적인데, 치매 환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나 뇌졸중 및 치매 환자들의 재활을 보다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이들을 트레이닝을 한다면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에서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또 하나는 '헬피(Helpy)'이다. 현재 킴스 온라인(KIMS ONLINE)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의약품 정보들이 산재되어 제공 되고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용어부터가 굉장히 어렵다. 이에 산재되어 있는 정보들을 한곳에서 쉽게 풀어낸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와 아이디어에 대한 혁신 커미티의 심사를 진행했고, 대부분 심사위원들의 찬성으로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볼 계획이다.

Q. 항암제와 달리 CNS 분야는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은?

-보통 약가를 비교할 때 기존에 발매된 약제들과 직접 비교한다. 연구개발 비용이나 소요 시간 등이 함께 고려되기 보다 단순히 비용 대비 효용성만을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보니 기존 약제들과 비교해 좋은 약가를 받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게 되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의 발매가 점점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Q.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데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예전에는 Top-down 방식으로 조직이 운영되었다면,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직원들 또한 일방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오히려 수직적인 체계가 사내 갈등과 불신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수평적인 조직을 강조하지만 100% 수평적인 구조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해야 한다. 직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사내 갈등이나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자이는 증원이나 충원을 해야 할 때 경력이 많은 분보다는 주니어를 채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자이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34세, 밀레니얼 세대들이 75% 이상을 차지하며, 조직문화에 있어서도 밀레니얼 세대들이 바라는 수평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